길목식당의 꽁보리밥

길목에 있는 식당이라고 해서 ‘길목식당’이다. 한번 이사를 통해 공간을 넓혔을 뿐 10여년전 맛과 가격을 자랑한다. 그리하여 보리밥 가격 4000원. 게다가 연중무휴. 만원을 내고 두 명이 먹으면 2000원을 거슬러주니 주머니 가벼운 요즘 같은 때 더없이 고마울 수 없다.

“꽁이요! 밥이요! 반반이요!”

자리에 앉자마자 손님에게 묻는다. 꽁은 꽁보리밥이고, 밥은 찰밥과 잡곡밥을 선택할 수 있고, 반반은 말 그대로 섞어먹으면 된다. 보리밥 집이니 과감하게 ‘꽁’을 외친 후 얼마 후 한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콩나물, 무생채, 시금치, 냉이‧망촛대 무침, 비름나물, 가지무침, 상추 등의 비빔밥을 완성하는 맛난 반찬과 고추장과 참기름이 솔솔 더해지니 전주에서 먹는 특급 비빔밥이 부럽지 않다. 시원한 김치국과 이집의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장맛은 보리밥과 잘 어우러진다.

보리밥 집에서는 으레껏 과거 보리밥에 얽힌 사연하나쯤은 나오게 마련이다. 보릿고개를 겪었던 어르신들은 쌀밥먹는 데 소원이었지만, 보리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보리'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여하튼 소화잘되고, 쓱쓱 비벼먹으면 뚝딱 한그릇이 비워지는 보리밥은 남녀노소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가 좋다.

보기에는 여느 보리밥과 다를바가 없지만 칼칼한 장과 제철나물을 비벼먹는 맛이 훌륭하다.

주인장은 “값을 올리고 싶지만 이 맛을 찾아오시는 손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처음 문을 열 때 그 가격”이라고 답했다. 단골손님이 많아 점심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외에도 토끼탕, 새뱅이 찌개, 닭도리탕, 닭발, 돈피, 동동주 등의 메뉴도 마련돼 있다. 메뉴판과 밑에는 단골손님인 시인 박청홍 씨가 쓴 <이런 맛, 꽁보리밥 일까>도 공감을 일으킨다. ‘골목집 골목집 오다가다 돌아서 찾아가는 골목집, 세종대왕 내면 세 사람이 배부를 수 있다’는 예찬이 실려져 있다.

다만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청주 농고 옆 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놀이터가 나온다. 그 앞에 길목식당이 위치하고 있다. (문의 : 223-8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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