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995년 당시 도내 지방일간지의 기자로 근무할 당시 반드시 챙겨봤던 기획기사가 ‘꽃동네 사람들’이었습니다.

동양일보의 김명기 선배가 매주 1회씩 연재했던 ‘꽃동네 사람들’은 음성 꽃동네 수용자를 1명씩 등장시켜 그의 삶을 소개하고 꽃동네까지 오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꽃동네 사람들’은 김명기 선배의 탁월한 글 솜씨가 뒷받침되면서 후배 기자들에게 커다란 자극을 줬던 기사입니다. 김명기 선배의 ‘꽃동네 사람들’은 연재가 끝난 뒤 책으로 출판돼 지금도 제 책장에 꽃혀 있습니다. 김명기 선배는 언론계를 일찍 떠나 더 이상 그 화려한 글 솜씨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꽃동네 사람들’처럼 사회 밑바닥 사람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으로는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수동’이 있습니다.

충청리뷰의 이재표 기자가 글을 쓰고 육성준 기자가 사진을 맡은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수동’은 청주의 달동네인 수동을 소재로 만든 책입니다. 이재표 기자는 이 책과 함께 도내 사찰을 소개한 ‘절’을 통해서도 시(詩)처럼 매끄럽고 유려한 글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재표 기자의 책들을 볼 때마다 “역시 글을 쓰는 것은 타고 난 것”이라는 부러움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최근 ‘문화가 예뻐졌어요’를 출간한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변광섭 총괄부장은 저와 함께 도청을 출입했던 기자 출신입니다. 세계일보 기자로 활동했던 변 부장은 책을 통해 청주의 문화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변 부장이 방송 인터뷰에서 “내 키 만큼 책을 쌓을 수 있도록 글을 쓰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서 글을 쓰는 것은 천직이라고 느껴집니다.

청주시가 요즘 평범한 시민들도 책을 한 권씩 출간하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15년 동안 기자로 근무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것도 버거워 책을 써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글 솜씨가 턱없이 부족해도 언젠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 볼 생각입니다./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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