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테넷상에서 지구마을 보고서를 읽고 서로 메일로 보내주는 붐이 있었다. 본래는 미국의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가 ‘만일 세계가 100인의 마을이라면’이라는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인구, 인종, 종교, 환경, 빈곤등의 다양한 지표를 지구마을 전체를 100명으로 놓고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 내용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빈곤에 관한 지표이다.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들어있고, 집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 다니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8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자가용을 소유한 자는 100명 중 7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은행예금이 없고, 잔돈이 집안 어디엔가 굴러다니지 않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몇 %일까. 자가용 소유자가 100명중 7명안에 든다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대로 산다는 것이다. 특히 절대적 빈곤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런데 빈곤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빈곤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금을 타려고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아이들의 치료비가 없어 두아이와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어머니도 있다.

빈곤지역아동방임에 관해 연구한 자료를 보면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이라고 한다. 빈곤지역 아동의 3분의 1은 “가출을 생각한 적이 있고 23.7%는 죽고 싶었던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절대적 빈곤보다 다중위기이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과 빈익빈 부익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원인이다. 아이와 함께 자살한 엄마도 자신이 자살하면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전국에 빈곤지역 공부방이 300여 곳이나 되지만 자원봉사자와 후원금으로 영세하게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빈곤으로 인한 가족동반자살은 인간개발지수가 174개국 중 3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낮뜨겁게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이웃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내 이웃의 가족이나 아이도 내 가족만큼이나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모임과 만남이 늘어나야 하고, 그 어떤 단체나 봉사보다 아동을 돌보고 지원하는 기관들도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없을 때 보낼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혹은 방과후센터)들이 마을 곳곳에 있어야 한다. 특히 저소득가정의 방과후보호는 유아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들에게까지 확대되어 아동보호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 대규모 시설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아동청소년을 위해서는 외로움을 줄이고 가족이 되어주는 그룹홈 방식의 아동보호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정부의 경제정책만이 가족과 아동을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것이다. 더 이상 가난으로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워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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