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 부속실장 향응 파문 사건이 2주째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도 식을줄 모른다. 아직도 몰래카메라를 누가 찍었고, 그것을 SBS방송에 누가 전달했는지가 핫이슈다. 이렇게 오랫동안 톱 뉴스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직 몰래카메라 촬영자와 그 배후 인물을 잡지 못한 탓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사건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이 투신 자살했음에도 만나는 사람들은 양길승 향응파문 사건에 여전히 궁금증을 드러낸다.

누군가는 이 사건에 대해 “청주지역 뉴스가 이렇게 전국을 휩쓴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청주 이야기가 중앙 방송과 신문을 도배하는데 이것이 좋은 뉴스였으면 얼마나 기쁘겠는가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미지 좋은 가로수길을 지나 곧바로 청주 관문인 가경동에 중부권 최대니 전국 최대니 하는 나이트클럽이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서있는데 이번에 ‘힛트’ 쳤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렇다. 우리 지역의 좋지 않은 뉴스가 전국으로 퍼져 나갈 때 기분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언론들은 달라야 했다. 양 전 실장이 청주에 내려와 향응을 받고 돌아갔다는 것이 이미 여기저기 소문났고 이를 알아챈 기자들이 있었음에도 지역 언론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충청리뷰’와 인터넷신문 ‘오마이충북’에서 이를 보도한 뒤 중앙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할 때도 지역 언론은 단순 보도를 하는데 그쳤다. 그래서 아무리 청와대라는 최고 권력기관이 낀 사건이라고 해도 너무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그대신 이 사건으로 인해 청주지역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원종 도지사도 충북도 간부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양길승 사건으로 청주와 충북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우려되니 지역사랑운동을 전개하자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양길승 사건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기 보다 지역 언론과 도지사는 이 사건이 마무리 되도록 협조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중앙 언론들이 야단법석을 떨 때 뒷짐지고 ‘강건너 불구경’ 하는 식의 보도 태도를 보인 지역 언론에 대해 중앙지 모 기자가 ‘이 동네가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나쁜 일은 가리고 미담만 쓰는 것이 기자의 본분은 아니지 않는가. 양길승 사건은 더욱이 권력가와 그 주변에서 기생하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 아닌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권력가에게 붙어 향응을 제공하고 자신의 가려운 데를 긁어달라고 청탁한 이 사건은 현재 드러난 것 만으로도 ‘게이트’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지역 언론들은 이 사건을 파헤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힘을 합했어야 했다. 흥미를 좇아서가 아니고 비열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한 쪽에서는 비리를 캐내느라고 집중하는 데, 다른 한 쪽에서는 청주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걱정된다며 ‘김빼기 작전’으로 나오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다. ‘지역 언론들이 언제는 안 그랬느냐’고 자조하는 사람들을 보며 쓴 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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