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무릇 정치인은 역사의 심판과 진리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하며 여론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 훌륭한 말이다. 한편 송 의원께서는 '조국의 미래, 올곧은 신념, 민족과 역사 앞에 당당하게' 등의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보수우파의 전형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학군장교(ROTC) 출신답게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는 용맹돌격성이 드러난다. 그래서 더러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송의원께서는 그런 열정과 진정으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올랐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충북의 자랑이고, 충남대전까지 아우르는 충청권 한나라당의 대표인 셈이다.

그런 송광호 의원은 지난 9월에 '수도권 규제완화는 재앙'이라고 단정했다. 규제완화로 수도권 과밀화가 촉진되면 지방은 고사할 것이기 때문에 재앙이고 수도권 역시 과밀의 재앙이 닥치리라는 뜻이다. 그리고 11월4일에는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일이 있다. 그 바람에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지방이 두 쪽 났다'면서 '지방에 있는 국민들 모두가 현 정부를 믿을 수 없고 배신당했다는 얘기를 한다'며 성난 민심을 대리하여 표현했다. 과연 무사(武士)다운 솔직함이면서 지방 국회의원다운 신념의 표출이다. 송광호 의원의 이런 순정성은 1954년으로 돌아간다.

1954년에 송의원은 국민학교 3학년이었다. 1954년은 이 글을 쓰는 필자, 제천에 둥지를 틀고 인간과 자연을 사유하는 불후의 예술가 이철수, 필자와 절친한 친구이면서 제천시청의 공복으로 헌신하는 이양식 과장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그 해에 어린이 송광호는 충격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이른바 밀주사건이다. 부잣집의 밀주는 불문에 붙이고 어린이 송광호의 자애로운 어머니는 잡혀가서 구류를 살게 되는 불평등에 대경(大驚)하는 사건이 벌이지는 것이다. 이 밀주(密酒) 우화는 소년, 청년, 중년, 장년 송광호의 일생을 관류하는 일대 사건으로 뇌리에 각인됐다. 이때부터 인간 송광호 의원은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기억이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망국적 불평등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진 것이니 항간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박근혜계의 정략적 계산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경기는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배할 때, 그 대리자 노릇을 하던 반민족적 공간이다. 그뿐인가.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비수도권을 식민지로 만들어 버린 패권과 제국의 공간이다. 그래서 부의 집중과 정치권력의 독점을 이룬 수도권이기 때문에 수도권이 역차별당한다는 김문수식의 형식논리는 진돗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와 같다.

이런 모순의 공간에 다시 독점과 특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비수도권 이천오백만이 분노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가진다. 그런점에서 송광호 의원의 강력한 항의는 역사적 모순과 현실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이기 때문에 정치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한나라당이 어디 있고, 민주당이 어디 있으며 자유선진당 또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어디 있겠는가. 오로지 수도권독점특권주의자와 비수도권평등주의자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수도권 독점과 특권에 대해서는 1920년대 신간회 운동에서 보여준 좌우합작이 필요하다.

송의원께서 최고위원이라면 어휘의미론 그대로 최고여야 한다. 그것도 집권당 최고위원이니 그야말로 집권여당의 정책을 결정하고 좌우지하는 지위여야 하는 것이고 분노나 저항에서도 최고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송광호 의원께서 그런 용맹과 진정을 실천하여 보여주시기 바란다. 적당한 수사법으로 지방민심을 대변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므로 불문곡직하고 거적을 하나 준비해서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농성하시라.

그러면 역시 신언서판(身言書判)과 용맹성에서 걸출한 엄태영 제천시장도 농성에 합류할 것이다. 최고위원의 말과 언행은 최고로 일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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