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양길승 파문의 자가발전이 이원호라는 청주지역 유흥업계 대부의 청탁의혹과 검찰 비호설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이번 수사를 대검에서 맡으라고 촉구했는가 하면 입줄에 오른 몇몇 검사는 '존립'의 위기를 맞았다.  먼저번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양길승사태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졌다.  몰래카메라의 등장이 언론의 선정보도로 마치 권력의 암투로까지 비쳐지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는 바람에 사건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졌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양길승사태의 본질은 청와대 비서진이라는 한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이었지 당초 언론이 코를 들이댔던 청와대 갈등설이니, 권력투쟁이니, 민주당 암투설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름으로써 조만간 몰카의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기자는 여전히 '해프닝' 쪽에 비중을 두고 싶다.  지역  유흥업계 내부의 단순한 갈등관계가 한때 국정을 뒤흔든 블랙홀로 변질되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이 사건이 세인의 관심을 끈다면 그 이유는 바로 '유탄' 때문일 것이다.

 기자가 처음부터 이 사건의 유탄을 의식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끊임없이 거론됐던 '이원호'라는 인물의 주변 얘기가 그 사실여부를 떠나 지역 정서를 혼돈스럽게 했고,  때문에 언젠간 한번 불거질 것이라고 예단하던 차에 양길승 향응에 덜컥 이씨의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탄의 한 단초가 지금 이씨에 대한 검찰의 비호설로 물꼬를 텄고,  이름이 거론되는 몇몇 검사가 여론에 의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것이다.

 양길승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만큼 기자는 검찰에 꼭 두가지를 주문한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는 몰래카메라에 별 관심이 없다. 설령 범인과 배후가 밝혀지더라도 양길승이 공인중에 공인인만큼 그 죄는 앞으로 정상 참작의 여지를 놓고 논란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바라는 것은 우선 이원호라는 인물의 '실체'를 규명하라는 것이다. 그가 정말로 소문대로 권력에 기생하는 천하의 못된 사람인지, 아니면 본인의 주장대로 처음부터 카더라 여론의 철저한 피해자인지를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  설령 일이 말못돼 사법적 조치를 당한다고 해도 본인에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의 여론을 그냥 묻어버리기엔 이젠 한계에 왔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명예회복에 나설 필요성도 있다.

 청주지검에 부탁하고 싶은 또 한가지는  한번 진솔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 보라는 것이다. 지금 이름이 거론되는 몇몇 검사가 전후관계에 대한 사실규명도 없이 무조건 매도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칫 희생양을 만들 수 있다. 검사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누구든지 만날 권리가 있다. 단순히 이원호를 만나 술한잔 했다고 해서 그의 공직 생활 모든 것이 짓밟히는 것은 시민들도 원치 않는다.  처신에 잘못이 있다면 사안의 경중을 따져 조치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현재 살인교사와 조세포탈, 윤락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원호씨 수사에 대한 검찰의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다.  만약 검찰 내부의 알력설이 사실이라면 전후관계를 솔직하게 밝히길 바란다. 검찰 종사자들의 입단속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이 의식하는 지방검찰의 이미지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벗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유는 역시 간단하다.  그동안 청주지검을 곤혹스럽게 했던 각종 소문의 한 당사자인 이원호씨가 어차피 사회적으로 불거졌고, 또공교롭게도 전임자의 유고로 검사장이 교체됐다. 청주지검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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