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구 평가법인 태평양 중부지사장

사람들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사에는 여러 가지 구경거리가 있다. 그런 구경거리 중 으뜸이 싸움구경일 것이다. 어디에서건 멱살을 잡고, 맞 고함이 나오는 곳이면 그 재미를 놓칠세라 구경꾼들이 몰려든다.

주장하는 바가 무엇이고, 누가 잘못했는지, 원인제공은 누가 했으며, 힘겨루기 결과는 어떨지 흥미롭다. 말리던 사람이 등장하면 재미는 더해진다. 요즘처럼 무덥고 짜증나는 밤이면 아파트 단지나 동네어귀에서 고함소리만 들려도 혹시나 창문을 열어보게 된다. 괜한 ‘기대감’에 집밖을 서성대는 것은 좀 병적인가.

그러나 싸움이 항상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인물이 사사건건 아무에게나 시비를 벌이고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싸움판은 흥미가 반감돼 구경꾼이 꼬이질 않는다. 멱살정도가 아니라 흉기가 등장하거나 패거리 지어 난장판으로 변질되면 서둘러 발길을 돌려야 한다. 재수 없으면 유탄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 국민들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신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노무현대통령 손을 들어주었다. 지금의 수도권 과밀혼잡과 지역불균형 해소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자고 국민들이 공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 결과로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충청권 주민들은 행정수도이전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으며, 과거부터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을 뿐 아니라, 충청권내 개발관련 시책들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대명제 속으로 귀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추진기획단과 지원단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으며, 최근 7월 16일에는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과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갖고, 대통령 산하에 ‘신행정수도건설수도추진위원회’를 설치한 후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을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관련부처 장관과 민간인등 30여명으로 구성되며,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같은 독립적인 행정위원회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청와대 내에 설치되어 활동중인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과 지원단은 해제된다고 한다.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전국민의 공감대 속에 축제의 장으로서의 행정수도 이전 가능성 여부는 금번 정기국회에서 엿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정부에서 제출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의 처리과정을 보면 각 이해관계 된 정당, 지역, 단체들의 속내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처럼 이전과 이전반대를 가지고 편가르기를 시도하고 패싸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면서도 총선을 겨냥해 만냥 억지를 부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재미있는 싸움은 지난 대선 때 끝이 났다. 사사건건 아무에게 시비를 벌이거나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싸움판을 흥미가 반감돼 구경꾼이 꼬이질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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