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권력기관은 환골탈태의 도마위에 오른다. 개혁대상 단골 1순위로 오르는 곳이 검찰, 국정원이다. 그만큼 가진 권력이 크고 무겁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권도 출범직후 검찰 항명파동을 겪었고, 국정원에는 학자 출신의 고영구원장을 임용해 내부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그래서 이번만은 뭔가 기대감이 크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경우가 허다해 조심스럽기만 하다.

최근 제천시와 국정원의 토지 맞교환 과정도 ‘역시나’의 떨떠름한 뒷맛을 남겼다. 제천학사 부지로 맞교환할 서울 안암동 땅은 원래 재경부 소유의 잡종지였다. 하지만 재경부는 제천시 수산면 하천리 땅에 대한 활용계획이 서지않은 상태에서 맞교환할 명분이 없어 난색을 표했다. 제천시가 속을 태우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등장하게 된다.(아마도 청주지부 직원을 통해 본부에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천시의 숙원사업을 도와줘 생색도 나고, 청풍호변의 경관좋은 부지 6만여평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결국 재경부를 통해 지난 4월 소유권을 넘겨받은 국정원은 제천시의회의 심의의결까지 모두 거쳐 최종 교환등기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일의 선후를 따진다면 제천시가 학사건립의 필요성 때문에 국정원의 소매를 잡아끈 것이 맞다. 국정원의 위세에 눌려 제천시나 시의회가 본의아니게(?) 판단한 사안은 아니었다. 문제는 국가기관의 재산변경 과정이 너무 편의적, 즉흥적이라는 점이다.

인터넷 <오마이충북>에 이미 보도한 대로 국정원은 최근 관광지로 각광받는 안면도 땅을 취득하려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국정원이 충남도에 제시한 맞교환 땅은 공주시, 태안군 땅 22필지 2만4255평방미터였다. 하지만 해당된 22필지 땅은 원래 재경부, 건교부, 농림부가 각각 소유권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 3월 27일 국정원 소유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안면도와 청풍호반 주변의 경관이 빼어난 땅을 동시에 취득하려 했다가 안면도는 충남도의회의 심의유보로 포기하고 제천시 수산면 땅은 교환등기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다. 다른 기관 소유의 땅을 이렇게 손쉽게 넘겨받는다는 것이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 가운데 손꼽는 것이 행정 편의주의다. 기관의 업무 편의를 앞세우다보면 원칙이 분명치않은 일처리가 생기게 된다. 국가기관은 훈련원이든 연수원이든 부대시설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신중한 부지물색과 예산편성 작업을 거쳐 추진하는 것이 원칙아닌가? 국정원은 눈에 띄는대로 이땅 저땅 찔러보고, 시끄러우면 없었던 일로 하면 그만인 조직인가.

물론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으로써 대외보안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안면도, 청풍호 땅의 위치로 보아 국정원측 해명대로 연수·휴양시설 입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설까지 일반에 쉬쉬하며 추진해야 한다면 결코 동의받기 힘들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업무지침이 결코 이런 식의 일처리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귀가 땋도록 듣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국가체제’는 어떤 것인지. 최근 국정원 청주지부가 청사내에 골프연습장 시설을 하다 물의를 빚었던 소동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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