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기청남대관리사업소장

청남대 개방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충북에 내린 첫 선물이다. 독재정권 시절에 대통령 별장이 ‘치외법권 지역’으로 군림해 온갖 규제에 시달린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에게나, 아름다운 대청호를 시민휴식공간으로 마음껏 활용하지 못한 충북도민들에게 그것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통령이 오지 않는 대통령 별장은 더 이상 매력이 없어 충북은 덤터기만 쓸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지난 4월 22일 국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청남대는 오는 22일로 개방 3개월을 맞는다. 충북도는 청남대관리사업소를 신설하고 청남대 활용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충북도내 시민사회종교단체와 전국단위 사회단체는 지난 3일부터 청남대 입구에서 ‘청남대에 조성된 전두환 및 역대 대통령 전시관을 즉각 철회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남대는 지난 15일부터 한 달 동안 휴식에 들어갔으나 사람들은 첨예하며 대립하며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안중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53)은 관리사업소 운영조례가 충북도의회를 통과한 뒤 부임한 첫 소장이다. 충북도 정보통신과 정보기획담당, 자치행정과 행정계장, 공무원교육원 수석교수를 역임한 안소장은 지난 1일자로 부임하자마자 역대 대통령 식기전시관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처음에는 마음이 무거웠으나 잘 운영할 자신이 있다.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일 아닌갚라며 지역주민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안 소장을 청남대에서 만났다.

- 충북도에서 청남대를 아무 준비없이 덜렁 받아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그런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우선 한 달 동안 문을 닫고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쉴 곳이 없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처럼 줄서서 구경하는 게 불편하다는 등의 관람객 불만사항을 개선해 편리하게 바꿀 생각이다. 그리고 관광안내원들에게 친절교육을 시켜 관람객들의 만족지수도 높여 나가겠다. 큰 그림이 그려지기 전까지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개선해 나갈 것이다.”

- 이런 것 외에 청남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가 그 때나 지금이나 과제인데 마스터플랜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
“충북도 관광과에서 곧 3억원을 주고 청남대 관광명소화 중장기발전계획을 전문기관에 용역발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도 열고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다. 용역은 성과물보다 절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결과가 나와야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도에서 손놓고 있는 게 아니고 관람객들이 편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신경 쓴다는 것이다.”

- 현재도 일부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역대 대통령 식기전시관 조성에 대해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역대 대통령들이 민족 파탄의 주범이고,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민학살자인데 무슨 기념관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본관 지하 창고에 방치돼 있던 물건을 7일 개청식에 맞춰 관리소 2층에 옮겨 놓은 것 뿐이다. 이 중 대통령 식기가 문제가 됐는데 이것은 한국도자기에서 협찬 받았다. 사회단체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이곳은 대통령 기념관도, 전시관도 아니다. 그리고 식기도 한국도자기측에 양해를 구하고 바로 치웠다. 식기를 제외한 다른 물건들은 그대로 있지만 전시관이라고 부를 정도의 규모도 안되고 관람객들에게 개방할 수준도 안된다. 당초부터 청남대관리사업소 개청식 때만 보여줄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안소장은 “전시관이 아니라 창고 개념으로 지저분하게 쌓여있는 물건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성장에 가서 이야기를 해보았으나 대화가 안된다”고 하면서도 “시민사회종교단체의 의견도 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성국 청원군청소년수련관 안중근학교 신부는 이원종 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청남대에 관한한 관리사업소장 책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문의주민들은 충북도가 청남대를 운영하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주민들과 계속 상의하겠다. 청남대가 지역경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비근한 예로 소모품을 문의에서 사고, 회식할 때도 문의에서 한다. 인력을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관람객을 모집할 때 종전에 인터넷 접수만 받던 것을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터넷 50%, 현지 접수 50%로 바꿨다. 이외에도 지역주민들과 대화를 많이하며 서로 협조할 생각이다. 그래서 출근해서는 문의를 한 바퀴씩 돌아본다.”

충북도가 청남대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일종의 시험대에 올라있고, 안소장은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 특히 청남대로 인해 숨죽이고 살아온 문의 주민들과 전국민이 충북도를 주시하고 있어 결코 만만찮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별장인 만큼 대통령을 테마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통령 성역화 작업은 반역사적·반민족적 행위라는 의견은 앞으로도 계속 부딪칠 것으로 보여 여러가지 난관도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안소장을 비롯한 충북도에서는 용역회사에만 맡길 게 아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수렴, 청남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답안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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