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1년 8월 19일자 보도기사
   
일제강점 초기인 1906년 제정돼 지금까지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돼온 광업법 때문에 광산개발업체와 해당지역 주민들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광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개발업체들은 경제발전이라는 논리로 이에 맞서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충북 음성군 금왕읍 삼봉리 태화광업㈜의 태극광산 금광개발 현장. 식수고갈 수질오염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금광개발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주민들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았다며 개발을 강행하려는 업체간의 대치가 10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대립상황과 양측 입장〓주민들은 1월부터 태극광산 갱도 입구에 수시로 모여 채굴작업을 저지하고 있다. 업체의 합법적인 채굴권을 막는 불법적인 행동이지만 주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자세다.
주민들은 금광을 개발할 경우 수질오염, 식수 농업용수 고갈, 산성폐수 및 폐석 발생, 중금속 노출로 인한 환경오염, 폐광 이후의 황폐화 등 한마디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광산개발 저지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박근현씨(43)는 “이 지역의 가장 큰 수익원인 수박농사 하우스단지가 45만평인데 광산개발이 지속되면 용수가 없어져 수박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지역주민의 동의절차와 환경영향평가 없이 개발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100만인 서명작업’을 진행 중이며 산업자원부에 이의신청을 제기, 이달 말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또 주민 600여명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광산개발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채굴허가를 얻은 태화광업측은 “산업자원부와 충북도, 음성군청으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는데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채굴을 못하다니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회사측은 “조사결과 약 300t의 금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큰 액수”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산자부 조정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회사측은 주민들의 반대이유에 대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 대해 너무 큰 우려를 하고 있다”며 “최신공법으로 채굴작업을 실시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고 조금이라도 피해가 생기면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의 문제점과 개정 목소리〓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일제 강점기에 용이한 자원수탈을 위해 만들어진 광업법에 있다고 지적한다. 광업법은 제정 후 지금까지 9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기본 골격은 큰 변화가 없다.
특히 광업법 48조 1항은 ‘지표지하 50m 이내의 장소나 묘지 건축물의 지표지하 30m 이내의 장소에서는 각각 관할관청의 허가나 소유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승낙 없이 광물을 채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뒤집으면 지하 50m보다 깊은 곳에 매장된 광물의 채굴에는 제한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광업법 개정을 추진 중인 김연수(金淵洙·41) 변호사는 “이 조항으로 인해 금광이 개발될 경우 지하 공동화, 지하수 고갈 오염, 지반붕괴, 환경공해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32)은 “현행 광업법은 환경오염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폐광 이후의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며 “광산의 경우 폐광 이후 3∼5년 후부터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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