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증평세림신경외과의원장

어느날 오후에 들은 “가수 유 승준의 미래 장인인 음성성모병원장 모씨가 농약을 마시고 음독자살했다”는 뉴스는 한동안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더욱 가슴아픈 일은 이 사건이 한 병원장의 죽음보다는 유승준이 과연 입국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소 흥미위주로 여기저기서 보도되는 일이었다. 시골지역의 한 중소병원장의 자살을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 병원이 무척 경영이 힘들었나보다하는 정도 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속사정을 아는 나는 남의 일같지 않아 한동안 가슴이 저리도록 아팠다.

지난 한 해 동안 일반중소기업의 부도율은 0.2∼0.4%였다고 한다. 반면, 중소병원의 부도내지 폐업율은 11%였다고 한다. 전국에 있는 1000여개의 중소병원중 116개가 문을 닸았다고 한다. 성남의 성남병원, 인하병원, 부산의 고신병원, 김해병원, 그리고 충북에도 영동의 모병원, 음성의 성모병원… 바야흐로 병원폐업의 행진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병원의 폐업은 결국 그 지역의료의 붕괴이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한 해에 116개의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순한 경영부실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제도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의약분업과 이에 따르는 보험수가체계의 문제이다. 대형종합병원 앞에는 대형약국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몰려 있지만, 시골지역의 중소병원은 대개 혼자 떨어져있는데 그 병원 하나보고 약국이 들어오지 않는다. 울며겨자먹기로 병원에서 인근에 약국을 운영해도 운영이 제대로 안된다.

더구나, 입원환자 약조제 때문에 병원안에 약사를 두고도 외래환자는 처방전을 발행해 밖으로 나가 헤매게만드니 여간 모순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병원 안에 있는 병원약사의 조제료는 병원밖의 약사의 조제료의 10%밖에 안된다. 똑같은 약사인데 형평성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같은 병으로 개인의원을 찾을 때보다 병원을 찾으면 본인 부담액이 두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

그러니 누구라도 개인의원을 찾든지 아니면 더큰 대형종합병원을 찾는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환자가 양극화돼 있다. 아주 큰 대형병원으로 가든지 아니면 동네 개인의원으로 가든지 둘중의 하나이다. 의약분업의 피해자는 의료계이지만,가장 큰 피해자는 그중에서도 중소병원이다. 분업을 처음 실시할 때 수가인상이 주로 외래의 진찰료와 처방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술비 등의 처치료는 인상이 거의 없었다. 중소병원의 주수입원인 수술료나 처치료의 인상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

그 다음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위치한 지역이 지방이고, 특히 시골이라는데 있다. 병원의 60%가 서울과 경기도인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 지방도시에 20∼30%가 있고, 10%가 시골에 있다고 한다.부도와 폐업의 행진은 주로 지방과 시골에 있는 이 30∼40%의 병원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비수도권에서는 구입하는 모든 것은 비싸게 사야하고, 환자에게서 받는 모든 것은 반대로 더 싸게해야 한다. 전문의 구하기도 힘들고, 각종 기사들 구하기도 힘들고, 지방도시는 그래도 덜하지만 시골 군지역으로 가면 문제는 엄청 심각해진다. 월급 외에 숙소까지 제공해야 하고, 사람 구하다 골병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큰 문제는 노조의 경직성이다. 노동자들의 권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노조중앙부나 인근지역의 노조에서 종용해서 일어나고 있고, 병원의 생존보다도 노조의 생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융통성이 없이 경직되고, 결국은 병원이 문을 닫는 결과가 오는 것이다. 파업시대라고 할 만큼 요즘 파업이 번지고 있다.
그런데, 하필 오원장이 농약을 마시고 죽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농약을 마신 오원장의 죽음은 시골병원장과 시골의사들의 죽음을 이 사회에 알리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 괴물에 “네가 바퀴벌레냐 농약마시고 죽게.”라는 글이 있다고 한다. 오원장의 소식을 듣고 남의 일같지 않아 한동안나는 가슴이 저리도록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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