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애인입니다. 지체장애 3급. 다 타버린 손가락을 한 마디씩 잘라냈고 화상 상처를 덮기 위해 이식한 피부들이 서로 당겨서 손목이나 팔꿈치, 겨드랑이처럼 폈다 구부렸다 해야 하는 관절들이 사고 전과는 너무 많이 다르게 불편해 졌습니다. 그리고 보통사람과는 너무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으로는 안면화상이 장애로 인정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떤 장애보다 더 심각한 장애인의 모습입니다.”

요즘 화제가 된 책 ‘지선아 사랑해’의 한 대목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26세의 꽃다운 처녀 이지선은 교통사고로 3도 화상을 입었다. 7개월간 입원, 11차례의 수술로 3년의 세월을 병원에서 산 그는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왼손보다 오른손이 더 짧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데 왜 오른손을 더 지켜주지 않았느냐고 울며 불며 원망하는 게 아니라, 왼손이라도 오른손처럼 심하지 않아 잘 쓸 수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며 ‘저러고도 살까?’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는 거리에 나섰다가 멀쩡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을 보고 한없이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사고후 입을 다물 수도, 눈을 감을 수도 없었던 그는 입이 다물어졌을 때, 눈을 감을 수 있게 됐을 때 환호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희망과 용기의 꽃 이지선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 때 일본인 오토다케가 쓴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토다케가 많은 사람들에게 준 메시지 역시 장애인의 몸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고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지선 역시 성한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근 경기악화로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잃었다. 그러다보니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 천재로 알려진 청년이 돈을 벌기 위해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 판매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어느새 돈이 전부가 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가치있는 일을 해도 돈을 못벌면 ‘병신’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큰 차를 사고,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허덕이며 산다. 그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더러는 거짓말과 사기까지 친다. 이런 사람들은 장애인 이지선이 느끼는 사람사는 맛을 모를 것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지선아 사랑해’는 평범한 아가씨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가 마음속에 들어오는 이유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접하기 힘든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도 가요도 ‘가벼움’의 극치를 달리고 사람들마저 빈 가슴으로 살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한 감동’이다. 감동이 없는 삶은 빈 몸뚱이만 살아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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