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의계약 ‘가격 거품 많고 질 형편없어’ 지적
금천고·주성중 공개입찰로 가격 2만원대로 낮춰

졸업앨범 업체 선정 방식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청주시내 일부 학교에서 앨범 제작업체를 선정하면서 기존의 수의계약 방식이 아닌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 단가가 줄고 품질이 좋아지자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전국적으로 일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에 청주시내 학교 중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앨범가격을 공개경쟁입찰에 붙여 모범적인 사례를 남긴 곳도 금천고등학교와 주성중학교 단 두군데 뿐이다.

통상 앨범제작 업체를 선정할 때는 수의계약 혹은 몇 몇 학교가 단체로 수의계약을 하는 단체수의계약방식, 조달청을 통해 계약하는 조달계약, 제일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의계약은 앨범협동조합원들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회원 업체들이 나눠 먹는 식으로 진행해 왔다는 게 교사들의 말이다. 이러다보니 제품의 질은 7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가격에는 거품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 특히 충북은 5등급에 해당되는 앨범을 만들면서 가격은 1등급으로 책정돼 그동안 학생과 학부모들만 손해를 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내 모 중학교 교사 모씨의 말이다. “앨범은 선택사양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표지에 인조가죽을 붙인 것부터 베니어판에 종이를 댄 것까지 있는데 도내 학교에서는 대개 3∼4만원씩 내면서 품질은 5등급짜리 베니어판 이었다. 앨범업체를 선정할 때 관행적으로 수의계약을 해와 소비자들만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3만7000원 하던 것이 2만5000원
따라서 공개경쟁 입찰을 한 덕분에 금천고는 2만3000원, 주성중학교는 2만5000원으로 올해 앨범가가 결정됐다. 지난해 3만7000원에 했던 주성중학교는 무려 1만2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하게 된 것. 그러면서 품질은 오히려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중 김병우 교사는 “앨범사진첩과 CD, 입시 사진 20매를 합쳐 2만원대에 계약한 것은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학부모위원들이 앨범 소위원회를 만들어 투명하게 일을 진행했다. 그러나 덤핑은 처음부터 철저히 막았다. 내년에는 앨범 전시회를 열어 참여업체와 단가를 비교해보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앞으로는 업자들의 담합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새 바람을 예고했다.

그러나 분평동 ㄴ중학교는 일부 학교운영위원들이 공개입찰을 원했으나 표결 결과 6:8로 조달청 계약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위원 모씨는 “작년에도 공개입찰을 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시간이 촉박하니 내년에 하자고 해놓고 결국 공개입찰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3만7500원에 졸업앨범을 제작하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교사들은 “앨범 업체를 다른 데로 바꾸자고 하면 교장과 행정실장들이 기존 업체와의 연결고리 때문에 ‘조달가로 하지 않으면 감사를 받는다’ ‘업체 선정 권한은 학교장이다’ ‘만약 바꾸게 되면 1, 2학년 때의 행사 사진이 없다’는 등 방해를 놓는다. 하지만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공개경쟁 입찰을 공고하여 가장 합당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며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법”이라며 “기존 방식대로 해오던 학교들도 내년에는 바꾸라”고 권고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