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충청권 유일 송광호 “상임위원장 내놔라”
野- 중원 장악 충북 6인 “더 이상은 못 밀려”

요동치는 18대 국회 원구성
광우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6월5일 18대 국회가 개원했다. 여당은 촛불의 배후에 정권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해 그야말로 시작부터 아스팔트 국회가 된 셈.

18대 국회는 정부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따라 상임위원회의 명칭과 숫자도 여야협의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 등 원구성에 따른 여러 절차를 선행해야하지만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다.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시국이 이런데…”라며 당직 인선과 원구성에 대해 애써 초연함을 나타내려하지만 사실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이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충북의 국회의원들은 8명 전원이 재선 이상인데다, 3선 이상도 3명에 달해 18대 의정활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거물급 정치인으로의 성장을 꿈꿀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철저한 지역정치 구도 속에서 ‘불편부당(不偏不黨)’ 충북이 갖는 충분한 명분도 있다. 하지만 절대의석에서 밀리는 충북 국회의원들은 또 다시 여의도의 언저리에 머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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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유일의 與, 송광호(제천·단양) 의원
노른자 국토해양위원장에 도전장

“윤두환 말이냐, 그 정도는 이기겠지”

▲ 송광호 의원
지난 4.9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했지만 이는 철저히 영남과 수도권 압승에 따른 것이었다. 탄핵역풍이 휩쓴 17대 총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의석을 황금분할 해 온 대전·충남·북에서 단 한 석을 얻는데 그친 것만 봐도 한나라당이 전국정당화에 실패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충청권 유일의 여당 의원인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은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15·16대 당선 이후 17대에서 낙선해 정치적 휴면기가 있었던 만큼 당직에는 도전하지 않겠지만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맡아야겠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4.9 총선 직후 충청리뷰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17대 4년을 쉬었기 때문에 섣불리 당직을 맡았다가 상황을 잘못 파악하면 정치적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며 “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에 뜻을 두고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7대 낙선 정치적 휴면이 약점
송 의원은 현재 역시 3선인 윤두환(울산 북구), 장광근(서울 동대문갑) 의원 등과 함께 국토해양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가칭 국토해양위는 과거 국회의 건설교통위에서 명칭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상임위로, 각종 개발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18대 국회의원의 절반이 소속을 희망할 정도로 노른자 상임위다. 송 의원이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야말로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송 의원은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되는 윤두환 의원을 의식한 듯 “윤두환 말이냐, 그 정도는 이기겠지. 충분히 해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권에서는 도전자가 없는 충청권 맹주로서의 위상을 드러낸 것. 하지만 역으로 충청권에 우군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내리 3선에 성공한 윤 의원과 달리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것도 핸디캡.

총선 당시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도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며 신중론을 보이는 등 휘지 않는 성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송 의원은 현 촛불 정국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설사 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해도 빌미를 주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밝혔다. 

■민주, 정책위의장 노리는 변재일(청원) 의원
정세균 당 대표 체제라면 가능성
“충북 당 기여도 고려할 때 이변 없다”

▲ 변재일 의원
민주당이 유례없는 수도권 참패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4.9총선에서 체면을 살린 것은 충북과 제주에서의 압승, 대전·충남과 강원에서 약진이었다. 특히 충청에서는 충북 민주당과 대전·충남 자유선진당의 양대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한나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당직 인선과 국회 원구성에서 충청권이 대접을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5월27일 실시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홍재형(청주 상당) 의원이 ‘전국 정당화’의 상징적 주자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수도권 주자 원혜영(경기 부천 오정), 호남 주자 이강래(전북 남원) 의원에게 밀려 3위에 그쳤다.

홍 의원은 “호남당 이미지를 벗고 수도권 규제 철폐를 추진하는 한나라당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서 충청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아야 한다”며 지당한 명분론을 내세웠지만 패거리 정치문화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물론 관료색이 강한 홍 의원의 협상력과 정치력이 두 의원에게 밀렸기 때문에 비수도권 단일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정세균 의원 ‘충북 역할론’ 강조
충북이 명분론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경쟁에서 밀린 상황에서 더 이상 밀린 수 없는 자존심의 마지노선은 당 정책위 의장이다. 현재 정책위 의장으로는 변재일(충북 청원),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변재일 의원은 이에 대해 “당헌·당규가 바뀌어서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가 지명하게 돼있다. 7월6일 전당대회가 실시되는 만큼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다만 의석수도 의석수지만 충북이 지난 총선에서 선전하지 않았더라면 ‘실용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충북의 높은 당 기여도를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지역을 배려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당대표 고지에 가장 근접해있는 정세균 의원도 충청권을 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 의원은 6월2일 당대표 후보 자격으로 충북도당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북도민이 민주당에 사랑을 보내줬고, 당선된 6명의 의원들 모두 전국으로 따져도 확실한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에 당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변재일 의원은 “내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내가 정세균 의원과 인간적으로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정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내가 정책위 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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