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矛)- “정우택 지사가 차관에게 단속 부탁”
순(盾)- “6월25일까지 지켜본 뒤 도에 일임”

청주 부시장 중앙 영입 기로

‘중앙예산부처 공무원을 부시장으로 영입하겠다’는 남상우 청주시장의 인사실험이 중대 기로에 섰다. 지난 3월24일 그동안의 인사 관례를 깨고 “차기 부시장 임명은 시장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이후 충북도와 두 달여에 걸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남 시장이 이에 대한 추진시점을 6월25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남 시장은 2일 열린 6월 정례직원조회에서 “최근 부시장 인선을 놓고 마치 충북도와 내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며 “다만 청주시 발전을 위해 유능한 인재를 데려와 예산을 많이 확보하겠다는 것이 나의 순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 시장은 또 “앞으로 중앙부처 인사와 충북도의 인사 등 예정된 관가의 인사를 지켜보면서 중앙 예산부처 고위공무원을 영입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러나 이러한 최선의 노력에 불구하고 영입이 어렵다면 상급기관이 충북도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남상우 청주시장 발언록

-3월24일(기자간담회):
충북도가 박경국 도 기획관리실장 청와대로 전출시킴에 따라 차기 부시장 임명은 시장에게 절대적인 권한. 
-3월26일(기자간담회):
차기 부시장, 기획재정부 예산담당 고위공무원 영입이 기본 방침, 이미 해당 부처에 적임자 물색 요청.
-4월14일(충청리뷰 인터뷰):
정부조직 개편으로 부 이사관급 20여명 대기상태. 그 중에서 청주로 오려는 사람 있을 것.
-5월19일(기자간담회):
중앙예산부처 고위공무원이 부시장되면 ‘시와 도’가 윈윈전략 된다는 점, 지사에게 간곡하게 전달할 계획.
-5월22일(지사면담 이후): ‘노코멘트’
-5월29일(연판장 서명 관련):
부단체장 임명권 요구하는 건의서에 시장·군수 전원이 서명하지 않으면 충북도에 제출하지 않을 것.
-6월2일(정례직원 조회):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입이 어렵다면 상급기관인 충북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충청리뷰 인터뷰):
도지사가 기획재정부 차관에게 단속 부탁해 난관. 6월25일까지 적극 추진할 것.

정우택 지사 훼방은 ‘소탐대실?’
여기까지의 발언내용만 놓고 보면 5월22일 정우택 지사와의 면담에서 한풀 기세가 꺾이고, 5월말 도내 시장·군수들과 함께 ‘부단체장을 지사와 시장·군수들이 번갈아 임명 하자’는 내용의 건의서(연판장) 전달 계획이 일부 시장·군수들의 이탈로 무산됨에 따라 현실적으로 추진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될 정도. 

남상우 시장은 그러나 이날 충청리뷰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시장 영입추진 시한을 6월25일로 한정하면서 남은 기간 동안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 시장은 특히 기획재정부 부 이사관급 가운데 청주 부시장 전출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우택 지사가 작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음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남상우 시장은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에 교육을 받고 사실상 대기상태에 있는 공무원만 25명에 이르고 그 중에 2명 정도가 청주 부시장에 관심을 보였다”며 “그런데 정우택 지사가 (기획재정부)차관에게 단속을 부탁해 당사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지사만 방해하지 않으면 추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우호여론 조성키 위한 전략일수도
남 시장은 “지사와 다투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에도 “중앙예산부처 공무원만 데려오면 예산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청주시 예산만 따오겠냐, 충북도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도와 시가 ‘윈윈(Win-Win)’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 지사가 사소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소탐대실’하고 있다는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다. 여기까지는 남 시장이 예봉을 꺾지 않는 ‘창(矛:창 모)’이다.

남 시장은 하지만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방패(盾:방패 순)’ 전략도 제시했다. 명확한 시한을 정해놓고 이때까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충북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 남 시장은 “7월1일에는 충북도도 인사를 해야 하고 자칫하면 교육받은 사람이 그만둬야 할 처지가 되면 그들을 구제해야 할 것 아니냐”며 “6월25일까지만 노력해보고 끝까지 안 되면 도의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남 시장의 ‘모순’은 최선을 다해서 추진하되 무산됐을 경우의 책임은 충북도에 있다는 여론의 안전판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앙예산부처 고위공무원 영입이 불가능하다면 도와의 협의 과정에서 입맛에 맞는 인사를 데려올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남 시장이 상급기관인 충북도의 결정을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청주부시장 인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제주환경부지사 사례’ 거듭 강조
호사가들은 남상우 시장이 중앙부처 공무원을 굳이 부시장에 임명하려하는 것과 관련해서 ‘뭔가 이면에 숨겨진 속사정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충북도가 박경국 전 도 기획관리실장을 청와대로 전출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거나 최근 퇴임한 곽연창 전 청주 부시장의 자리를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그 것이다.
남 시장은 이에 대해 중앙부처 공무원을 부단체장으로 영입해 예산확보에 성공한 실증사례를 들며 세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제주도가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유덕상 전 건설교통부 생활교통본부 본부장을 환경부지사(정무직)로 영입하면서 정부 예산확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

남 시장은 “제주도가 아무리 특별자치도라지만 충북도보다 많은 2조3000억원을 따온 것은 유 부지사의 공이 크다. 유 부지사는 내가 잘 아는 후배다. 내가 충북도 정무부지사를 할 때도 유 부지사의 도움으로 많은 예산을 지원받았다”고 강조했다. 남 시장은 또 “나도 골프나 치러 다니고 쉬엄쉬엄해도 (시장을) 못할 것 없다. 일을 하려니까 중앙부처 공무원을 데려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판장 무산 ‘청원군수에게 화살’
남 시장은 이와 함께 최근 충북도에 ‘부시장·군수에 대한 인사권을 달라’는 내용의 연판장을 내려다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 시장은 “연판장이라기보다는 건의서였다”고 전제한 뒤 “다른 시·도에서도 있는 일이다. 자기가 제안해놓고 도지사에게는 ‘농담으로 얘기한 걸 내(남상우 시장)가 일을 벌였다’고 해명한 청원군수는 뭐냐, 이 문제는 나한테 취재하지 말고 도장 찍은 시장·군수들에게 물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상우 시장은 “지난 5월초 단양에서 열린 회의에서 부단체장 임명권을 도에 요구하자는데 시장·군수들이 공감하고, 이를 정식으로 도에 건의하기 위해 건의서에 서명을 하게 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내가 중심이 돼 서명을 추진하게 됐는데 일부에서 마치 단양에서 협의된 것이 정식으로 논의된 것이 아니라느니, 농담으로 얘기한 정도라고 말해 너무나 당혹스럽고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장의 건의서에는 정작 청주·충주·보은·옥천·영동 등 5개 시·군 단체장만 서명했을 뿐 나머지 7개 시·군 단체장은 이런저런 이유로 서명하지 않은데다, 서명을 한 일부 시장·군수도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하는 등 결국 약한 모습(?)을 보여 제출이 무산됐다.

여기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달 말 청주에서 열릴 예정인 시장·군수 협의회에 일부 시장·군수가 불참할 의사를 내비쳐 도내 시·군의 상호발전을 위해 구성된 충북시장군수협의회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 산 오피러스 부시장 선물 아니다”
내구연한 지나 교체… 당연히 시장車보다 저렴

남상우 시장이 중앙부처 공무원을 청주 부시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다 보니 청주시 주변에는 기상천외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새 부시장에게 줄 선물로 고급 승용차를 구매했다는 것. 실제로 Q씨는 이 같은 내용을 충청리뷰에 제보해 왔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는 ‘오비이락(烏飛梨落)’ 수준의 루머인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시가 5월말 기아자동차의 최고급 승용차인 오피러스를 부시장 관용차로 구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구연한이 3년이나 지나 교체한 것이고, 모델도 고급형이 아닌 일반형이기 때문이다.

청주시 회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시장 관용차였던 그랜져XG가 관용차 내구연한인 5년을 3년이나 넘겨 2007년에 이미 대체승인이 났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피러스의 경우 3700만원에서 6100만원까기 다양한 차종이 있는데, 이번에 구입한 차량은 2700cc급, 4100만원짜리로 비교적 저렴한 차종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부시장 관용차가 이전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시대적 추세일 뿐 특정 부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님은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물론 새로 구입한 부시장 관용차는 시장 관용차보다도 한 등급 아래다. 청주시장 관용차는 체어맨 3200cc.

남상우 시장도 부시장 관용차 구입을 둘러싼 항간의 소문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 시장은 “때가 어느 때인데 시장이 시민의 혈세를 개인 돈 사용하듯 쓸 수 있겠냐, 부시장 관용차는 바꿀 때가 되어서 지난해부터 교체를 준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문의 진상이 밝혀진 것에 대한 제보자 Q씨의 반응은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의 관용차가 날로 고급화되다보니 이 같은 소문이 나돌았지 않겠냐”며 “경제도 어려운데 지도층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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