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손주 안 봐 주기 작전

참 많이도 변한 세태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결혼 후 따로 살던 자식들이 어린 손주를 맡기려 하자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자랑한다.
“내가 니들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늙어서까지 고생을 하라고? 난 못해. 나도 이젠 좀 편하게 좀 살자!”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가 거든다.

“자식이 부탁하는데 어떻게 매정하게 거절하나. 다 내 피붙인데. 그러지 말고 딱 3주일만 봐 주면 돼!” 그 할머니의 ‘육아 코치’는 계속된다.

“주말에 며느리가 아이 보러 오거든, 첫째 주엔 걸래로 코를 닦아 주고, 둘째 주엔 밥을 씹어서 아이에게 먹여 줘. 그리고 셋째 주엔 아이에게 영어 사투리를 가르치는 거야. 중요한 것은 반드시 며느리가 보는 데서 하고, 순서가 바뀌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거야.”

# 2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지?”

수업 시간 중에 한 아이가 엎드려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평소 ‘인자하신’ 선생님은 웬만하면 내버려 두려고 했으나, 주변의 ‘조용히’ 자는 아이들에게 너무 방해가 되므로 아이를 깨워 질문을 했다.

“얘야, 학교에서 계속 잠만 자면 어떻하니? 학교 공부도 조금씩은 해야지. 자,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지?”
아이가 기겁을 하며 대답한다. “예?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가 안 만들었어요!” 기가 찬 선생님이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엄마는 정색을 한다.

“어머, 선생님! 그 앤 절대로 거짓말은 안 해요! 그리고 애가 집에선 잠을 많이 못자니 선생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선생님은 다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보다 훨씬 점잖은 목소리의 아버지 대답이다. “선생님! 그 놈이 가끔 좀 엉뚱한 데가 있어요. 어쩌면 몇 개 만들어 놓고서도 안 만들었다고 똑 잡아떼는지도 모르는데요, 여하튼 제가 좀 알아보겠습니다. 선생님, 늘 나라의 인재양성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학교가 문제라고 난리들이다. 백년대계에 걱정도 많다. 이미 많은 선생님들은 ‘넓은 아량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고, 부모들은 ‘고슴도치 사랑’에 빠져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영악해 진다.

“선생님 그러시다가 UCC 스타 되는 수가 있어요!”
“112를 부를까요, 119를 부를까요?”

도저히 학교라는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가끔씩 일어나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부모들부터 고슴도치 사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르치는 도구(敎鞭)를 가지고 있는 교사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변화, 변화 하면서 그토록 외쳐댔지만 실제로 학교 사회가 크게 변했는지, 교직의 권위가 되살아나고 전문성은 높아졌는지 누구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상황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남 탓하고 내 밥그릇만 주장하고 변화의 물결을 거부하는 가운데서 결국 아이들은 또 선생님의 UCC를 찍어대려 할 것이다. 종당에는 부모를 향해서도 셔터를 눌러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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