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위원 60% 동장이 추천… 12명 공모 미달
참여 비영리단체는 시장이 결정… 관변단체 뿐

첫 단추 잘못 꿴 시민예산위원회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가 이른바 표준조례를 통해 ‘보급형’으로 제정을 권고한 ‘시민참여예산조례’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청주시와 청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충돌을 불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충북참여예산시민네트워크가 21일 청주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위원이 시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편성됐다며 재선정을 촉구”한 반면, 청주시는 계획대로 운영할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지역 시미단체들은 21일 청주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주시의 시민참여예산조례가 주민의 민주적 참여의 길을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 시민참여예산조례는 이를 자율적으로 도입한 울산 동구, 광주 북구의 사례가 전국적인 모범으로 떠오르자 과거 행자부가 표준조례를 만들어 지자체에 내려 보냄에 따라 청주시가 입법예고를 통해 지난 1월 제정한 것이다.

청주시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2007년 상반기 청주시가 발표한 입법예고(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내용이 모호하다’고 주장하자 함께 조례(안)을 다듬어 청주시의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회 심의 과정에서 당초 100명으로 구성돼 있던 시민심위원의 숫자가 50명으로 줄어듦에 따라 동 추천 30명과 비영리단체 추천 8명을 제외하고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 순수 시민위원의 수가 12명으로 감소한 것이 문제였다.

참여연대 이효윤 시민자치국장은 “이는 청주시의회가 과거 선도적으로 도입한 청주시민참여기본조례의 기본정신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시민참여를 가로막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는 그러나 반발에 부딪히더라도 계획대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청주시 반재홍 기획예산과장은 “5월22일 위원 공모를 마무리한 결과 동장이 추천한 30명과 비영리단체 추천 8명은 마무리가 됐다. 시민공모 12명은 7명이 접수하는데 그쳤지만 추가 공모를 하지 않고 45명에게 6월25일쯤 위촉장을 준 뒤 예산학교 교육 등을 거쳐 7~9월 예산편성 단계에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시 이중플레이” 신뢰 무너져
청주시와 시민단체의 충돌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1월 의회 심사를 통해 시민위원 수를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조례(안)을 의회에 상정한 청주시가 사실상 한눈을 질끈 감고 동조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의원들이 위원수를 절반으로 줄인 명분은 ‘청주시청에는 100명이 들어갈 만한 장소가 없고 그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만 해도 압력단체가 될 수 있다’는 등 명분이 취약했음에도 청주시가 이에 맞장구를 쳐 이뤄진 일”이라며 “이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플레이에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재홍 과장은 이에 대해 “시가 당초 위원수를 100명으로 하는 조례(안)을 제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례(안) 심의 중 짧은 예산편성 순기로 볼 때 위원수가 많아 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50명으로 줄이게 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청주시의회 박종룡 기획행정위원장은 “100명이나 되는 위원들을 일일이 교육시켜 위원회에 참여시키려면 최소한 직원 두 명 이상을 두고 담당 부서(계)를 만들어야할 정도”라며 “위원들에 대한 회의참석수당까지 고려할 때 예산낭비가 우려된다”고 조례(안)을 수정한 취지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전문가 들어갈 틈 없어
어찌 됐든 출항을 눈앞에 둔 청주시 참여예산시민위원회에는 당초 조례 제정을 주도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단 한 사람도 승선하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청주시가 운영조례 10조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그나마 참여할 수 있는 길조차 완전히 봉쇄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그나마 시민위원 5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동 추천 30명을 ‘동장’이 추천한 자로 구성했고 공모로 선정하는 일반 시민 12명도 공모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부시장과 국장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한 것은 시의 입맛대로 참여예산시민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반재홍 과장은 “동장이 추천한 사람들은 어차피 동의 숙원사업과 관련한 예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편성과정에 참여해 지역적 의견을 낼 것이 뻔한데, 시의 입맛대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반 과장은 또 “시민단체가 ‘아예 참여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왜 단체로만 참여하려고 하고 문이 열려있는 12명 시민공모에는 응하지 않아 미달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청주’字 들어가는 단체만 참여 보장
위원 8명이 배정된 비영리단체도 “시장이 추천한 단체에서 추천토록 해 시장이 의도한 대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불만이다. 특히 단체 이름에 ‘충북’이 들어간 단체는 활동지역이 청주시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자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른바 광역단위 조직이라 배제했다는 것이다. 

청주시도 이에 관해서는 앞서 언급한 기준을 적용했음을 인정했다. 반 과장은 다만 “청주시에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만 모두 169개 단체가 등록돼 있어 8개 단체를 고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따라서 단체의 설립 목적, 배경, 활동지역 등이 청주시와 관련된 30개 단체 중에서 8개를 선정하다보니 충북 등의 명칭이 들어간 단체가 제외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 과장은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어차피 직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 만큼 해마다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남상우 청주시장이 추천한 8개 단체는 새마을운동중앙회 청주시지회, 한국자유총연맹 청주시지회, 청주상당 모범운전자회, 청주새교육공동체 시민모임, 베트남 참전전우회 청주시지회, 청소년범죄예방 청주지역협의회, 바르게살기 청주시지회, 청주가정법률상담소 등 하나같이 이른바 관변단체로 분류돼왔던 단체들이다.

참여연대 이효윤 국장은 “지금으로서는 왜 주민참여예산조례를 도입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동장 추천 인사 30명을 주민모임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시민위원을 당초 계획했던 100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시민들의 대대적인 참여 속에 조례 개정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조례 개정의 근거로 “우리지역보다 먼저 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울산 동구의 인구는 18만명, 대전 대덕구는 21만명, 광주 북구는 47만명에 불과한데도 참여예산시민위원회를 100명 이내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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