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 개발, 면장 아니라 주민이 한 것”

까칠한 농부 홍종철씨의 항변

도내 시·군들이 시·군민대상 수상자를 찾지 못해 허덕이는 것과 관련한 최고의 해법은 ‘상을 받아서 마땅한 인물’을 어떻게 해서라도 발굴하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아예 시상부문을 비워두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뻔한 사람’에게 상을 줄 경우 추락된 권위를 회복하기 어렵고, 함께 상을 받은 사람들의 명예도 동반 실추되기 때문이다.

▲ 괴산의 귀농 농부인 홍종철씨는 10년 전 퇴직한 공무원에게 군민대상을 준 것과 관련해 상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진은 괴산산업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1인 시위 광경.
그러나 그동안의 시상에 대해 뒷말만 무성했을 뿐 대안을 제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에 반해 괴산군 청안면 조천리에 사는 홍종철(52)씨는 2007년 9월 시상한 괴산군민대상과 관련해 군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드문 경우에 해당된다.

홍씨는 당시 홈페이지에 올린 질의서를 통해 괴산군 문광면장을 지낸 A씨가 절임배추를 개발하고 브랜드화한 공로로 지역경제부문 군민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주장의 요지는 “국가의 녹을 받으며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퇴임 후에 영예로운 상까지 준다면 군민대상의 권위가 실추될 수밖에 없다”는 것과 “상을 받은 A씨가 절임배추를 개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브랜드화에도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씨는 또 “A씨가 절임배추 개발 당시 문광면장이었을 뿐 특별히 기여한 것도 없고, 특히 퇴임 후에는 절임배추 사업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바지, 고무신 신고 의회방청도
하지만 괴산군은 “누구에게, 어디에서, 어떠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심사위원이 제출된 공적내용에 대하여 충분히 탐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출된 공적조서와 다를 바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홍씨는 이에 대해 “나 역시 청안면의 절임배추 작목반 회원이고 이는 공론화된 얘기”라며 군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화도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라고 자영업에 종사하다가 2003년말 청안면으로 귀농한 홍씨는 사실 시민단체가 없는 괴산군의 반골(?)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논 4000평과 밭 600평을 빌려 농사를 짓는 와중에도 틈만 나면 군의회를 방청할 정도로 지역의 감시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씨는 반바지에 고무신차림으로 의회를 방청하려다 제지를 당하자 당시의 복장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을 정도.

기독교의 갈래 가운데 침묵 예배, 명상 등을 신행의 근간으로 삼는 퀘이커 교도인 홍씨의 블로그는 각종 종교, 생태농업 등과 관련한 내용 외에도 환경과 관련한 각종 민감한 사안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홍씨는 지난 4월 창립한 괴산군 운하반대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홍씨는 특히 조천리 인근에 들어서는 괴산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주민들과 함께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에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홍씨는 이에 대해 “첨단산업단지는 마을 바로 옆에 들어오는 것이고 주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좌시할 수가 없다. 군 관계자들은 나 때문에 골치가 아프겠지만 나는 괴산군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괴산군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홍씨는 인터넷 귀농사이트를 통해 귀농지를 정했으며 블로그 아이디가 마리선녀인 아내와 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홍씨의 아이디는 마리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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