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이 대통령 꿈을 꼭 이루겠다며 열변을 토했다. 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원회에서다. 인지상정을 떠올린다면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글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그는 이날 이렇게 말했다. "지난 97년 대통령이 되고자 국민속으로 뛰어들어 맨주먹으로 온몸을 불살랐지만 하늘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를 나눠먹으려는, 동맹인 미국을 멀리하는 사람이 나라를 맡을 때 어떻게 되겠나 싶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경선불복의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아무리 자민련의 정체성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해도 좀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경선불복은 잘못 했으니 앞으로는 잘 하겠다"라는 말이 더 설득력을 얻을텐데 말이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이인제(IJ)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지금까지 당에 남아 있었다면 어떠했을가. 아마 지금쯤 상종가를 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미워하고 경계하던 노무현대통령이 어쨌든(?) 추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굳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조바심을 안 내도 당연히 차기 대통령감으로 일찌감치 부상했을 것이다.  하늘이 기회를 안 준게 아니라 스스로 복을 차버린 것이다.

 기자는 IJ의 실체에 한번 매료된 적이 있다. 그가 노동부장관을 하던시절 충주 수안보에서다. 이젠 기억이 희미하지만 무슨 세미나 자리였는데 그의 실력있고 패기에 찬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였다.  실제로 그는 정치인으로서 분명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한 땐  정치적 소양을 가장 확실하게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기만 하더라도 그는 국민들에게 이런 이미지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용희 민주당최고위원 같은 경우는 사석에서 "충청권에선 한 세기만에 나올만한 인물이 나왔다"고 추켜세울 정도였다.

    IJ가 살아나기 위해선 후원회에서의 본인 말대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원점이란 것이 대통령의 꿈만을 다시 꾸는 시작이 아닌 자기 반성의 단초가 될 때 국민들은 비로소 그를 의식할 것이다.  밤이 깊으면 찬란한 새벽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게 돼 있다고 목청을 높인 그에게, 요즘 새벽을 맞기 위해 밤새 울어대는 소쩍새의 인고를 먼저 떠올리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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