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 빗살 곱게 빗어 내리는 오후!

아득한 시절, 그 어느 시간에 머물러 비몽사몽 세월을 더듬고 있었다. 따스하고 포근한 햇살이 무기력해져 있는 내 작은 육체의 세포들을 분주히 움직여, 멈추게 한 곳은 미호천 둑길.

지난겨울 굽이굽이 흐르던 삶의 애환들을 툭툭 털어내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들의 힘찬 날갯짓에서 봄 햇살이 보석처럼 부서져 내렸다.

어느새 봄이 소리 없이 찾아 왔다.

여름처럼 요란한 빗소리도, 천둥도, 번개도 치지 않고

어느 날, 문득 산수유 노란 꽃망울에서 사람들은 봄을 알아보고 옅은 깔의 봄옷들을 입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화사한 봄 역시 순조롭게 고요한 눈길로 어울러주지를 않는다.

바람의 질투는 그 어느 것 보다 까시락지다. 허나 이십대의 맨다리 짧은 미니스커트 앞에서는 휘모리장단으로 돌리고 돌리다 제풀에 기가 꺾이고 말았다.

남쪽나라 소식 부여안고 수줍은 양, 소리 없이 찾아오는 봄인 것 같지만, 오히려 잔치 집처럼 시끌벅적 요란하다.

술렁인다!

바람도, 꽃잎도, 나도 너도, 내 마음, 네 마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산수유 노랑 꽃망울 먼저 찾아와 반가웠다. 뒤이어 개나리꽃은 잃어 버렸던 시간들, 그 추억들을 회상 할 수 있게 해주어 좋다. 열네 살 소녀 젖 몽우리 같은 벚꽃망울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랑스럽고.

초등학생 스케치북에 그려놓은 봄 동산 같은!

그 그림 같은 봄이 해마다 온다. 꼭 온다고 약속 한 적도 없는데....나 하고

산수유, 개나리, 벚꽃이 피니 진정 봄은 봄이로다.

그러나

내게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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