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진단평가·연합고사·영어 공교육 강화 반박

▲ 김상열 전교조 충북지부장이 지난달 25일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도교육청 로비에서 중학교 중복진단평가 반대와 이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하는 농성은 10일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전교조 충북지부가 바빠졌다. 학력신장만을 내세운 새 정부의 파격적인 교육정책에 충북도교육청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열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도교육청 로비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김 지부장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 4가지. 3월 6일로 예정된 중학교 1학년 전국연합 진단평가의 중단과 2학기 실시예정인 중학생 전국연합 성취도평가와 도성취도평가의 중복문제 시정, 중복되는 학력평가 계획에 대해 이기용 교육감의 중단 약속, 지난 1월에 열렸던 도교육청과 전교조의 정책협의회 당시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이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전교조충북지부가 철야농성이라는 강수를 띄운 것은 수차례 치러지는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결국 학교와 학급을 서열화하고 학생들을 과열 시험경쟁으로 몰아가 학교 단위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운영을 왜곡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3월 6일 실시되는 중학교 학업성취도평가의 경우 지난 2월 14일 도 단위 일제고사를 이미 치른 충북의 경우 무의미한 예산낭비라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2월 달의 도 수준 중학교 신입생 진단평가는 실시하는 곳이 강원, 전북과 충북 3군데뿐이다. 이 평가는 중학교에서 반배치하는 자료로 활용해 왔다. 다른 지역은 학교 자율적으로 실시해왔기 때문에 3월에 실시예정인 전국 연합 진단평가가 필요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신뢰성 높은 평가를 실시해왔기 때문에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미 시도교육감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에서 주장하는 학교서열화, 시험으로 인한 학생들의 과열경쟁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수준별 교습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의 평가다”라고 말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번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의 시행 근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 근거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부장관이 실시하도록 하는 조항을 들었다. 시도교육감이 합의로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러한 합의가 이뤄질 지난해 9월에는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정식단체도 아닌 임의단체라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도내 중학생들은 6일 전국학업성취도평가와 함께 9월 중학교 전학년 도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10월 3학년 전국 연합학력평가, 12월 중 1, 2학년 전국연합합력평가까지 예정돼 있는데다 학교단위의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한달에 한번 꼴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철야농성 중 전기공급 끊어
한편 김 지부장의 철야농성과정에서 도교육청의 대응방식에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25일 한 관계자는 “전교조 조합원들도 다 같은 교육가족이다. 같은 입장일 때는 교육가족이고 입장이 다르면 적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철야농성을 시작한 25일, 김 지부장이 저녁이 되도 철수하지 않자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현관문을 활짝 열고 발열기구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기를 끊은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래도 김 지부장이 자리를 뜨지 않자 이번엔 경찰에 ‘퇴거불응’으로 신고해 결국 경찰서까지 연행됐다. 별 문제없이 풀려나기는 했지만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닌데 공권력의 힘까지 빌려 김 지부장을 쫓아내려 한 도교육청의 행위에 대해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교조 충북지부는 새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29일 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는 충북국어교사모임, 충북영어교사모임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학교교과모임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교육관련 시책은 ‘학교교육 파괴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충북교과모임은 잇단 교육정책들이 교육 불평등과 입시경쟁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며 대학본고사 부활, 고교평준화 해체, 고교등급제를 통해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고 공교육은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새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리는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와 연합고사 부활, 영어 공교육 강화 등 3대 시책에 대해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 같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수위가 활동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이명박이기용 교육정책 비판 기자회견, 학력평가 반대 충북교육연대 성명서 발표,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 관련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 뜻을 밝혀왔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난주 이 교육감을 상대로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진정내용은 정책협의회 위반 건과 연수 시 교원노조 관련 과목 개설 위반 건”이라고 밝혔다. 2005년 정책협의회에서 협의내용에 대해 문서화할 것을 상호간에 합의하고도 2007년 1/4분기 정책협의회에서 이 교육감이 협의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에 대해 거부한 것이 진정을 요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승진 인사, 도덕성 시비
탄금중 대책위 “K교육장 성추행 은폐”

도교육청의 3월 1일자 교원인사발령과 관련해 지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이 교육감의 ‘보은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 승진인사자의 도덕성과 업무능력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모 지역교육청 교육장으로 발령받은 k교육장에 대해 ‘탄금중 교장 성추행 사건해결을 위한 충북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도덕성을 문제삼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책위는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모 지역교육장으로 승진한 A씨는 지난 2005년 초등학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추행 사건을 은폐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K교장은 2005년 B초등학교 교장 시절, 이 학교 여학생이 축구부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해 온 것을 알면서도 각서만 받고 사건을 은폐했다. 결국 여학생의 신고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코치 이 모씨는 3개월동안 30여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그러나 도교육청은 A교장에게 책임을 묻기는 커녕 교장.교육장 등으로 승진.전보시켜왔다”고 지적하며 “성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지 못한 책임자들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면서 도교육청을 질타했다.

대책위는 이 교육감에게 잘못된 인사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전 탄금중 성희롱사건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마무리질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러한 일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어떤 이야기도 허상일 뿐이다. 지난 2006년 미인대회 참가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성인지적 관점 부재 교육감이라느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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