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언제까지 충북도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느냐”
충북도와 대학측, “이제 겨우 5살, 지켜봐달라” 호소

도립 충북과학대(학장 이진영)가 도마위에 올랐다. 충북도의회 박재국 의원(청주 제3)은 지난 11일 열린 도정질문시 이 대학의 존립 여부에 대해 따져묻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 독립채산제로 전환한 후 타 대학과 통폐합할 용의가 없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박의원은 “충북과학대의 자생력 자체가 불투명해 도가 재정지원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면 결국에는 매몰비용 때문에 막다른 상황까지 가서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지경에 처할 것이다. 이원종 지사께서는 현재 과학대의 유지·운영을 도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인지, 아니면 지역대학 중심의 교육시장에 맡겨야 되는 영역인지 분명히 밝혀주시기 바라며 이제 더 이상 도비 지원을 통한 충북과학대의 유지는 도의회 차원에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이기동 의원은 대학발전을 위해 강력한 지도력과 업무추진력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이나 관료출신을 영입해야 충북과학대의 총체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과 ‘투자’ 엇갈리는 의견들
결론적으로 말해 충북과학대는 개교 5년만에 존폐여부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도의원들의 질문 요지는 ‘언제까지 도가 몇 십억원씩 대학에 쏟아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도에서는 이제 겨우 5살밖에 안된 대학이니 만큼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나, 도의원들은 입학정원 미달로 우리지역 대학들이 존폐 갈림길에 서있는 시점에 구태여 충북도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가며 대학을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크게 두 가지다. “언제까지 충북도가 끼고 살 수는 없다.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과 “대학은 장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충북과학대 외에도 지방대는 현재 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지방대는 학생모집에서부터 수도권 대학에 뒤진다. 충북도내에서도 청주권 이외 지역은 청주권 대학 정원이 어느 정도 차야 ‘이삭줍기’를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2003년이 되면서 가속화됐다. 모집정원보다 실제 학생수가 적은 것도 적은 것이지만,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이래저래 지방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청주이외 지역의 금년도 신입생 모집율이 적게는 30%대, 많게는 70% 이상을 차지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옥천군에 위치한 과학대로서는 처음부터 학생모집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셈이다.

초대 학장을 지낸 김광홍 전 학장도 “과학대가 이렇게 된 데에는 학생수가 대폭 줄고, 입지적인 조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어떤 전문 경영인이 들어간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충북과학대는 그동안 100% 정원을 채웠으나 금년 들어 75%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초창기 때는 도립대학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학생모집을 ‘앉아서’ 했으나 점점 어려워 진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충북도에서 운영비 평균 20억원 지원
충북과학대는 지난 98년 1월 문을 열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각 시·도에 공립대가 설치되면서 충북은 옥천군에 전문대를 세운 것. 김 전 학장의 말이다. “농어촌 학생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준다는 취지 아래 전국적으로 공립대가 생겼다. 충북도에서는 처음에 반대했다. 그러다가 95년, 충북도교육청에서 학생수가 급격히 줄자 옥천공고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때 옥천군민들이 공고를 폐지하는 대신 도립대를 세워달라고 유치운동을 벌였고, 당시 지역구의원과 민간인들이 만든 도립대유치추진위가 적극적으로 활동, 도립대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받은 130억원의 시설비로 옥천공고를 리모델링하고 교육기자재를 갖춘 이 학교는 5년 동안 매년 5억원씩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한편 충북도에서 운영비를 첫해에 7억원, 그 뒤 12억, 18억원 등으로 점차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도에서 44명의 행정공무원 인건비를 제외하고 평균 20억원 가량의 운영비를 받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매년 내려오던 교육부의 지원금이 사실상 끝나고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도 부담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충북과학대가 가장 많이 받는 지적은 이렇게 돈을 쏟아붓는데 비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모 인사는 “충북과학대는 도립대의 특성을 살리지 못 하고 있다. 이 대학에만 있는 학과나, 이 대학만이 주는 장점이 있어야 하는 데 많고 많은 학교중 하나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이 학교를 선택할 때는 등록금이 싸다는 것 외에 다른 메리트를 줘야 한다”라며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충북과학대는 현재 컴퓨터응용기계과, 컴퓨터정보과학과, 정보통신과학과 등의 IT분야와 식품생명공학과, 바이오생명정보과 등 BT 분야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른 전문대학들이 설치한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없다. 따라서 IT나 BT는 4년제 대학에도 많고, 사립 전문대도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인데 도립 대학마저 이 쪽으로 치중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진경수 대외협력과장은 “국공립대는 기간산업을 육성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 5년 정도 지나면 산업인력을 못 구하는 시대가 올텐데 그 일을 우리 대학이 하고 있는 것이다. 4년제 대학들이 이 분야의 이론가를 배출한다면 우리는 기술자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진영 학장도 이에 대해 뷰티디자인학과나 애견학과처럼 인기과를 따라 가지 않고 나름대로 산업기술자를 배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화 안돼 있다”
그리고 지역의 기여도 측면에서 이 대학은 주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옥천주민 모 씨는 이 대학이 현지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문제삼았다. “옥천지역에 뿌리 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지역에 기여하는 것은 다음 단계이다. 지방 대학이 현지화에 실패하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인데 대학 관계자들이 이런 마인드가 없는 것 같다. 교수와 공무원들도 관료화 됐다. 지난 지방선거 때 교수라는 사람이 이원종 지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발벗고 뛴 것을 보아라. 그게 어디 교수가 할 짓이냐”라며 “이 지역에서는 대학이 물에 기름돌 듯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충북과학대가 성공하려면 옥천의 지역성과 대학 특성화가 맞물려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기숙사도 캠퍼스와 많이 떨어진 옥천군 이원면에 두고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주민들에게는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대학 관계자들은 하드웨어를 어느 정도 갖춰놓고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따지라고 항변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좁은 부지. 도의회 강구성 의원(옥천)도 지난 11일 있었던 도정질문시 충북과학대가 경쟁력있는 도립대학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소한 부지 확장, 완벽한 기숙사 확충, 최신식 강의실 확보, 4년제 산업대학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며 체계적인 투자를 촉구했다.

이 대학은 현재 약 1만5000평의 부지에 본관과 실험동 2동, 강의실 15개를 갖추고 있는데 당초 옥천공고를 리모델링한 관계로 더 이상 확장할 공간이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대학측에서는 2개 과가 3년제로 되고, 복학생들이 돌아오는 내년이면 강의실 부족현상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게 대학 건물이냐’
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항상 공간부족에 부딪친다. 학생들이 원서를 들고 왔다가도 캠퍼스를 보면 ‘이게 대학이냐’며 도망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학생복지시설이라고 해봐야 뭐가 있는가. 산학협력연구소나 평생교육원을 해보려고 해도 공간이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아마 전국 도립대학 중 부지가 가장 좁을 것이다. 남도대학이 6만7000여평, 담양대학 8만1000여평, 강원전문대가 4만5000여평인데 우리는 1만 4600여평에 불과하다. 그래서 옥천 조폐창 건물에 제2캠퍼스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으나 이것도 잘 안됐다.”

어쨌든 충북과학대는 개교 5년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IT 국제교육원으로 인한 잡음과 조 모교수의 도지사 선거 개입 등으로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도민들은 도의회에서 이번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충북도에서 대학에 매년 인건비를 포함, 30여억원의 운영비를 고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더욱이 대학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문닫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는 예견이 벌써부터 나와 충북도로서도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충북과학대가 이원종 지사의 최대 실패작으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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