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뿐인 기회인데… 시민들 아쉬움 토로
일각에선 “제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 비난 일어

반발 부딪혀 유치전에도 못나서

정부가 한의학의 종합적인 발전 추진을 위해 국립대에 한의학과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충북대는 내·외의 반발에 부딪혀 유치전에도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올해안에 국립대 가운데 한 곳에 한의학과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대상 대학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충남대는 지난 4월22일 한의학 설립준비위를 구성해 한의학과 설치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공주대는 13일 교육인적자원부에 한의학과 신설 승인을 요청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등 전국 국립대들이 유치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충북대는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한의학과 유치에 긍정적인 의견을 모아놓았으나 의대 교수협의회와 의사협회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채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 확인”

충북대 본부는 지난 2일 교육부의 2004년 학생모집정원 조정 공문을 접수하고 6월13일 회신을 해야하는 짧은 일정임을 전제로 e-메일을 통해 교내 교수들에게 ‘충북대의 한의학과 설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때 대학측은 “충북대는 보건의료생명과학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육성해온 결과 우수한 연구진과 연구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되어 한의학의 과학화에 유리한 입장이며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에 따른 국가기관 및 연구소, 150여 BT업체등과 협력연계 용이 △약초재배지역으로서 원료 공급 용이 △지방대학 육성 사업 선정에 유리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 가능성”등을 들어 한의학과를 설립 추진 의지를 보였다.

특히 5월29일 보건복지부 장관, 한방정책관실을 방문하고 설립 타당성을 타진한 결과 입지조건이 관찮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의과대학 교수들 즉각 반발

이런 과정을 거쳐 추진되던 충북대의 한의학과 설치 계획이 의대 교수들의 반대로 주춤하기 시작했다. 의과대학교수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단순히 인기학과 개설이라는 당근에 미혹되어 한의학과 신설의 유혹에 빠진 대학본부에서는 도대체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후유증에 대해서 단편적 지식이나마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충북도의사회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충북도의사회 김기선회장은 “의료 일원화를 추구하는 장기적 의료정책에 반하는 근시적인 정책”이라며 충북대의 한의학과 설치를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의대 교수를 비롯한 의사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13일까지 교육부에 승인 요청을 해야 하는 충북대는 11일까지도 의견을 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거듭했다. 충북대 임기조 기획협력처장은 “많은 대학교수들이 한의학과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지만 의대교수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한의학과 설치를 요청할지) 방안을 협의중”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냐”

그러나 의사들의 반발로 한의학과 설치 추진에 나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의사들이 자기 밥 그릇 보호를 위해 도민들의 의료혜택과 지역발전을 외면하는 집단 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충북대에 한의학과가 설치되면 청주 청원 일대에 조성되는 오송생명과학단지와의 연계로 상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관련 산업에 파급 효과등도 기대되고 있어 의사들의 한의학과 설치 반대에 충북도 등 관련 기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의료인력 과잉, 의료체계 일원화 역행

충북대에 한의학과 신설을 반대하는 논리는 우선 의료인력의 공급과잉문제다. 인구 150만인 충북도에 충북대와 건국대 등 2개의 의과대학과 세명대 한의대 등이 있는데 한의학과를 또 만들겠다는 것은 충북의대 졸업생의 진로와 현재 의료계가 안고 있는 과잉인력 문제를 외면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도민의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의료인력 과잉문제는 한의사계에서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부 의료정책이 장기적으로 ‘의료 일원화’를 추구하면서도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신설하려는 것은 이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월15일 성명을 통해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신설하려는 것은 의료이원화를 고착시켜 의료 발전을 가로 막는 시대착오적인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었다.

충북도의사회 김기선회장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밖에서 만 보고 의사들이 업권 보호를 위해 한의학과 설치를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의료 체계가 이원화됨으로써 한방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과학적 진단 등 치료시기를 놓쳐 낭패를 보는 일이 많고 의료비의 이중 지출로 국가적 낭비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의사회의 입장은 달랐다. 충북도 한의사회 우정순회장은 의료인 공급과잉 문제와 상관없이 국립대에 한의학과는 설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회장은 “의료인 과잉공급문제는 결국 시장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될 것이고 보험이라는 제도 문제로 귀속되게 될 것”이라며 “국가 정책으로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신설, 집중 육성하여 한의학의 과학화와 한국을 대표하는 분야로 육성할 방침이라는데 지역 이기와 집단이기를 떠나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우회장은 또한 “양방과 한방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거시적 측면에서 결국 하나로 뭉쳐지겠지만 현재 일원화 방향은 제도 통합에 불과한 의미없는 한지붕 두가족의 형태로밖에 갈 수 없다. 실제 내용통합을 거치기 위해 현대 과학의 장점을 비롯한 서로의 장점을 조명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한방이) 뒤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장점도 있는 만큼 국가의 정책적 배려를 통해 발전과 함께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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