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골프 자제령’속 골프장 부킹난 여전

삼성그룹은 지난달 25일 비상 경영체제의 하나로 임원들의 골프를 자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최근의 경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어 대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부장들의 골프 모임을 금지했으나 임원들의 골프까지 자제토록 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 확인으로 받아들여져 사회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삼성그룹 뿐만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다른 기업들도 골프 자제 및 보유 골프 회원권 매각 등에 나서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는 곳이 많다.

삼성그룹은 임원들의 골프 자제와 함께 계열사별로 최대 300개까지 갖고 있는 골프 회원권과 콘도미니엄 회원권 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팔기로  했다. 또한 외부 접대를 위한 골프도 가능한 자제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조치는 세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사스여파, 북핵위기, 노동문제 등으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쉽게 호전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전 계열사가 비상경제 체제에 돌입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보면 분명 경제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골프장은 여전히 고급 승용차들로 넘쳐나고 부킹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의 임원  골프 자제 조치 이후에 변화는 있었는지 돌아본 결과다.

지난 29일 평일인데도 그랜드 CC, 중앙 CC, 떼제베 CC 등 도내 골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몰고온 고급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찻다. 6월들어 현충일이 낀 이번주에도 평일까지 전일 부킹이 마감됐다.

매주 화요일 부킹을 받는 떼제베 CC는 2일 오전 9시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한 이후 몇시간만에 공휴일 늦은 오후 시간대 일부를 제외하고 다음주 화요일까지 모든 부킹을 마감 할 수 있었다. 떼제베 CC 관계자는 “다음주 화요일까지  부킹이 마감됐다”며 “지난달 보다 부킹 신청자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드 CC도 6일 현충일을 비롯한 휴일과 평일까지 대부분 부킹이 끝나는  등 충북지역 대부분 골프장이 골퍼들로 넘쳐나고 있다.

현충일 연휴 제주까지 넘쳐
이런 부킹난을 피해 제주도로 일찌감치 골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현충일 연휴를 맞아 청주공항에서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편이 크게 증편 운행된다. 평소 3편을 운행하는 대한항공은 6일 5편으로 늘렸고 7일 4편, 8일 5편으로 각각 증편됐다. 아시아나 항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항공기 예약율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주도의 골프장도 100% 예약이 끝났다.

이렇듯 사회 전반으로 경제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가진자들의 씀씀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청주 상공회의소 한 인사는 “기업들의 경제 위기감은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커질대로 커진 가진자들의 소비 행태는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부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중앙 CC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안 좋고, 그에 따라 대기업들이 골프 자제 또는 금지령을 내렸지만 골프가 이제는 대중 스포츠로 인식될 만큼 대중화되어 있는데 골프장은 그에 따라 크게 늘어나지 않은 공급의 절대 부족에 의한 것으로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골프 부킹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원권 시세엔 영향, 약 보합세
그러나 한편으로 현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긴축경영은 골프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그 대표적인 상황이  대기업들의 골프 자제 및 금지령과  보유 골프 회원권의 매각 계획 발표 이후 회원권 시세가 전반적으로 약 보합세, 또는 하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이라크전이 터지자 마자 골프 자제령과 룸살롱 금지령을 내렸고 삼성그룹이 임원들까지 골프 자제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각 기업들의  흥청망청 술접대, 골프 접대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얘기다. 여기에 기업들이 보유한 골프 회원권을 팔려고 내놓자 회원권 시세가 약보합 또는 하락세로 떨어지고 있다.

회원권 거래업체에 따르면 그랜드 CC는 2001년 2월에 27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 545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최근 다시 떨어져 4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중앙 CC도 지난해 9월 315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현재 800여만원이 떨어진 2350만원대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01년 2월 1억2천만원대까지 하락했다가 3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천룡 CC와 1억5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떼제베 CC 등 오름세를 계속하던 골프장들도 현재 약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골프 회원권 하락 추세는 경기가 회복될때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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