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시민사회·언론 아우를 ‘얼굴마담’ 기용
이- 공무원 내부 발탁 행정부지사와 ‘투톱’
정- 경제부지사 ‘깜짝 카드’… 평가는 일러

충북도가 지난 10월 말 ‘투자 유치 13조원을 돌파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가운데 역대 민선 충북지사 3인의 정무부지사 용병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민선 4기 정우택 지사가 취임의 일성으로 ‘경제특별도’ 건설을 내세우며 유례없이 기업인 출신의 정무부지사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정 지사는 당초 노화욱 하이닉스 전 전무이사를 경제부지사(정무직)로 임용하려 했으나 직제개편에 따른 행정자치부의 윤허를 받지 못해 정무부지사라는 기존의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노 정무부지사는 취임 이후 17개월 동안 줄곧 경제부지사라는 명함을 들고 활동해 왔다.

▲ 역대 민선 충북지사의 정무부지사 용병술은 차이가 뚜렷했다. 주병덕 전 지사는 이른바 얼굴마담을 선호했고, 이원종 전 지사는 8년 동안 현직 공무원을 거느렸다. 정우택 지사는 경제특별도를 내세우며 이른바 경제부지사를 임용했는데…
노 정무부지사는 이에 대해 “대기업의 경영자들과 만나서 ‘Buy 충북’을 하는데 있어서 정무부지사라는 명함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상대에게 경제부지사가 기업유치를 전담하고 있으며,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한결 대화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노 부지사는 또 “기업의 투자정보는 전략적인 비밀이기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나는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CEO들과 만나기도 쉽고 서로 용어가 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닉스가 71%에 엇갈린 평가
충북도는 정우택 지사 취임 이후 불과 1년6개월만에 이 같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간’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투자 유치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30일 열린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받았다.

대통합민주신당 박기춘 의원은 투자유치 실적과 관련해 “민선 4기 들어 12조6000억원을 유치했으나 내용면에서 충북 자체의 투자 유치보다는 수도권 규제와 정부정책에 의해 이전된 것 아니냐”며 “청주 증설이 결정된 하이닉스반도체가 전체 투자 유치액의 71.4%인 8조765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 증설 공장 유치에 따른 논공행상을 재론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민선 4기 도정의 단독플레이로 보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수도권의 분노’라는 엄청난 정치적 손실을 무릅쓰고 수도권 규제라는 원칙을 사수한 참여정부의 의지가 ‘하이닉스 대첩’의 배수진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하이닉스반도체 증설 공장을 유치하지 못했더라면 충북도의 투자유치 성적표가 초라했을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하이닉스 출신의 노 부지사가 일정 정도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충북도의 한 인사는 “노 부지사가 최소한 정보원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기업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하이닉스 유치전에서 불리한 처지에 몰렸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도지사 그늘에 있어야 참 정무?
단체장을 선거로 뽑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도입된 정무부지사는 ‘도지사 궐위 시 행정부지사에 이어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 그 권력의 정확한 좌표지만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는 사실상 명확하지 않다.

민선 1기 도백인 주병덕 전 지사는 행정공무원 출신의 김광홍 전 충북과학대 학장, 정치인 출신의 조성훈 현 동양일보 사장, 언론인 출신의 김영회 현 충북적십자 회장 등 다양한 인물을 정무로 기용했다.

이 가운데 조성훈, 김영회 전 정무부지사의 경력은 그야말로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화려했다. 조 전 부지사는 정무 임용 이전에 충북적십자 상임위원, 청주YMCA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5년 민선 1기 청주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김현수 당선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기관단체와 정계를 넘나들며 맹활약했다. 조 전 부지사는 정무를 사퇴하고 민선 2기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3파전 끝에 고배를 마셨으며, 16대 총선에도 청주 흥덕에 출사표를 던져 2위에 머물렀다.

김영회 전 정무부지사는 충청일보, 중부매일 편집국장, 충청리뷰 고문 등 지역 언론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시민단체에서도 어른 역할을 했다. 따라서 주 전 지사 시절의 정무부지사들은 시민사회와 언론 등을 상대로 도정에 협력을 구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 충북도의 한 고위 공무원은 “정무부지사제도를 도입한 의도는 어차피 정치적이기 때문에 정당과 가교 역할을 하거나 ‘얼굴마담’으로 활동하는 것이 공직사회에도 부담이 적다”고 평가했다.

민선 2.3기 정무도 행정의 한축
민선 2,3기 수장인 이원종 전 지사는 8년 동안 도정을 수행하면서 조영창, 남상우, 한범덕 등 예외 없이 행정공무원 출신을 내리 정무부지사 자리에 앉혔다. 이는 그때그때 적절한 인물을 찾았다기보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정무를 임용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로 이 전 지사는 민선 2기 선거에서 현직 공무원 신분에도 불구하고 상대 후보인 주병덕 당시 지사를 도왔던 조영창 당시 충북도 기획조정실장을 정무부지사로 임용하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전해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정무부지사에 행정공무원을 임명함으로써 구조조정설로 불안한 공직사회를 안정시키고, 상대 진영에서 있던 사람도 포용할 수 있다는 아량을 보여주겠다. 그리고 몸을 도끼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이 전 지사의 이 같은 임용술은 정무부지사를 단순히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기보다는 행정의 한축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크포스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로 이 전 지사는 민선 3기 임기를 함께 마무리한 한범덕 전 정무부지사에게 자신이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바이오 충북’ 관련 사업을 전적으로 맡겼다.

지난 5.31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충북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한 전 부지사는 이 전 지사와 정당 소속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적자(嫡子)임을 내세우며 이 전 지사의 업적을 잇겠다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숨겨진 일화가 적지 않다. 도지사를 대신해 부지사가 참여하는 주요행사에 행정 대신 정무부지사를 주로 참석케 하는 배려아닌 배려(?)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모 인사는 “그래서 이재충 전 부지사가 몹시 불편해했는데, 한 전 부지사와 청주고 동창인 이 전 부지사도 한 전 부지사가 도지사에 출마할 것을 고려한 전략인 것을 뒤늦게 알았을 정도로 이원종 전 지사와 한 전 부지사는 긴밀한 관계였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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