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10년, 도내 다문화가정 4476세대
교육소외·문화적 편견 신 빈곤층 양산 우려

최근 10년 새 국제결혼이 크게 증가했다.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은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07년 4월 현재 도내 국제결혼이주자는 3277명에 이르고 대한민국 국적취득자는 120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도내 다문화가정은 최대 4476세대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듯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세우는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는 달리 실제 다문화가정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2005년 보은군 지역에서는 그해 혼인신고를 한 205쌍 가운데 82쌍(40%)이 국제결혼인 것으로 나타나 전국 249개 시·군·구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단양군, 옥천군, 영동군 또한 30% 이상의 국제결혼율을 보여 전국 평균을 크게 상위했다.

▲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언어발달장애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언어장애는 취학 후 학습부진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대성동 소재의 충북 이주여성 인권센터 부설 온누리 청주지역 아동센터. 사진=육성준기자

충북은 서울, 전북, 전남, 충남에 이어 광역지자체 가운데 다섯 번째로 국제결혼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1995년 충북도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여성들의 농촌기피현상에 따른 결과였다. 국제결혼 이주자의 출신국가는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대부분 동아시아에 분포해 있다.

국제결혼 장려 이후 위장결혼 등 갖가지 후유증이 발생하자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은 잠시 주춤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급격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밖에도 종교적 신념에 의한 국제결혼도 함께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금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다문화가정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시안도 등장했다.

코리안과 아시안의 합성어 코시안은 표현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현재는 다문화가정 자녀(온누리안이라고 부르기도 함)로 표현하고 있다. 2007년 현재 일반가정의 출산율이 2.21명인데 비해 다문화가정의 출산율은 2.6%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신생아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충청북도여성발전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전체 신생아 가운데 32%가 다문화가정 자녀일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본격적인 국제결혼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취학이 급증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07년 다문화가정 자녀의 취학은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725명으로 지난해 375명보다 무려 350명이 늘어났다.

영아기 언어장애 나타나
문제는 이러한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상당수가 학업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일반학생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일반학생들에 비해 학력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어머니의 한국어 구사능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충청북도여성발전센터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이주여성 가운데 58%가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어교육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고은영 대표는 “어머니의 학국어 능력은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직결된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취학시기가 아닌 영아기에 결정되는데 영아기에 언어능력을 기르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해서도 이해력이 떨어져 기초학력까지도 일반학생들에 비해 떨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생활을 갓 시작할 무렵 낳은 첫째 아이의 경우 학습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고 대표는 “아이들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다. 언어능력 발달을 위해서 한국어가 아니면 자국어라도 아이에게 가르쳐 언어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여의치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국제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어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은 꺼려한다.

고 대표는 “다문화가정의 가족들조차 외국어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 한국어를 익히기 전까지는 말조차 아껴야하는 가정 분위기가 문제다. 일부 가정에서는 할머니가 아이의 교육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경우 어머니와 친밀감이 부족해져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일반가정에 비해 경제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평균소득은 일반가정의 5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다문화가정의 80% 이상이 농촌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도시지역 다문화가정 또한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도내 몇몇 학교들은 이들을 위한 특별수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도내 대부분의 학교에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다니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언감생심 사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 가정형편 어려워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부설 온누리 청주지역 아동센터 등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단체들도 있다. 서대일 아동센터장은 “이곳을 다니는 상당수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민간단체들이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결국 공교육의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기위해서는 결국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다문화가정 자녀만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이러한 그들만의 울타리가 오히려 일반학생들과 격리시켜 이질화될 우려가 있다. 직접적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일반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해서는 일선학교의 여건에 따라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과 관련해 도교육청은 18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 밖에 교육부가 공모한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사업에 도내 12곳 민간단체가 선정돼 57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교육기회 없어 가난 대물림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고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대다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가난을 대물림할 가능성이 높다. 취학 전 교육기회가 전무하고 취학 후에도 교육경험 부족으로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일반학생들에 비해 뒤쳐지기 십상이다. 여기에 인종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신 빈곤층을 형성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 나아가 사회적 적대세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영아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영아기 교육을 놓친 지금에서는 취학 후 학생들과 영아기 교육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이들 또한 엄연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학교의 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개설을 권장하고 자국 전문대졸 이상의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학부모를 방과후학교 외국어 교사로 활용, 학교 홈페이지를 활용한 교육자료 제공과 대화 채널 구축, 다문화가정 자녀를 지도 상담하는 전담교사 지정을 통한 교류 활성화, 학교시설의 다문화가정 교육장소 활용 등을 각 시도교육청에 권장했다.

▲ 2007 다문화 가정 자녀 현황출처 : 충청북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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