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교수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 만들 것”
이진영 청주대 교수(61·문헌정보학과)가 20여년의 교수생활 끝에 도립 충북과학대 학장에 내정됐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가정주부로 16년을 지내다 38세 뒤던 해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웨일즈대학 정보관리학과를 수료하고 성균관대 도서관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당시로서는 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그는 광운대 사서과장을 거쳐 81년 청주대 교수로 부임한다. 그후 이교수는 여학생감, 여학생처장을 거쳐 최근까지 인문대학장을 지냈다.
“아들이 전문대 교수로 있는데 인터넷으로 충북과학대 학장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를 설득시켰다. 나는 청주대를 떠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발전시켜야 할 곳은 전문대라며 아들이 마감 직전에 원서를 접수해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는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교수는 인문대학장으로 있을 당시,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인문학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의 세미나를 열어 인문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폐과 위기를 맞은 철학과를 인문학부에서 분리, 단독학과로 개편해 평균 35명의 신입생이 지원하는 과를 만든 것도 여기서 나온 방법.
이미 많은 대학들이 인기없는 학과를 폐과시킨 것과는 달리 여러 방법을 모색한 결과 청주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것이 이교수의 자랑이다.
또 ‘캠퍼스를 아름답게’를 주장하며 학생들과 꽃길을 가꾼 것도 이임식을 앞두고 생각나는 점. “내가 오던 해인 81년, 인문대 앞 연못가에 심은 은행나무가 지금은 학내에서 가장 큰 나무가 됐고 83년 인문대 앞에 심은 무궁화가 고목이 됐다. 교수들한테 5000원씩 갹출해 돈을 모아 꽃길을 가꿨는데 이제 교수식당∼박물관이 가장 아름다운 길로 이름이 났다. 남들한테 ‘욕’을 먹어가며 한 것이 지금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한 때 별명이 ‘모금왕’일 정도였다는 그는 지난 98년부터 한국걸스카웃충북연맹장을 맡아 기금을 많이 모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옥천으로 가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할 차례다. “충북과학대가 창조적인 기능인을 양성하는 대학으로 알고 있는데 학문적으로 깊이있는 대학으로 키우고 싶다. IT·BT쪽 분야가 많은 만큼 이제 정보력을 가지고 신기술을 창조하는 사람들을 배출해낼 계획이다.”
또 이교수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여성의 정보화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평생교육원이 없는 옥천에 이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간 틈틈이 모은 경영학과 정보학 등 관련 분야 서적 1500권도 도립 충북과학대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는 이교수는 오는 9일 취임한다.
/ 홍강희 기자





‘청주시립예술단 노동조합’전광수 위원장
“우리가 파리 목숨이냐?”
“고용안정 꼭 이루고 말겠다”

청주시립예술단이 지난해 12월 24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시민들은 “아니, 예술단이 노조를 만들어?”라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으나 전광수 노조위원장(30·시립국악단)은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2월에 국악단원중 2명이 해촉되고 5명이 경고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해촉된 두 사람은 국악단의 최고 선배로 지휘자와 단무장에게 독단적인 운영을 문제삼고 쓴소리를 한 죄밖에 없다. 더욱이 이 중 한 명은 2000년 오디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수석단원이고, 지휘자는 신입단원선발 시험문제 유출로 사퇴했다 6개월만에 재위촉된 사람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여기저기서 자문을 구하던 중 노조를 설립해 우리 권리를 찾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이 일로 인해 국악단이 노조 결성의 씨를 뿌렸고 2000년 5월 상임단원이 된 전씨는 위원장을 맡았다. 노조 설립의 계기는 쫓겨날 위기에 몰린 선배의 구명운동으로 시작됐으나 예술단 전체의 단원을 위해 일하겠다는 전 위원장은 “우리가 급여나 수당을 문제삼으면 ‘너희는 공무원이 아니다’고 하고 단체행동을 하면 ‘너희는 공무원이라 안된다’고 한다. 안무자의 자질문제를 거론했던 시립무용단도 안무자가 사표를 제출해 일단락됐으나, 단원들이 50%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들이 농성을 한 것도 아니고 기자회견 한 번 했을 뿐인데… 그러다보니 잘못은 윗사람들이 하는데 책임은 단원들이 지는 꼴이 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특히 시립예술단장인 부시장에게 해촉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그간 노력을 많이 기울였으나, 운영위원회 한 번 열지 않고 발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부시장마저 말 한마디없이 해촉통보서를 보냈다는 것. 현재는 노조원이 30명 밖에 되지 않으나 타 단체들의 휴가가 끝나는 1월 중순경이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행히 전북도립국악원 노동조합이 100일간 싸워 노조를 결성한 덕분에 법적으로는 별 문제없이 설립 신고를 마쳤다는 전 위원장은 “전북도립국악원이 노조를 만들려고 했을 때 공무원이냐 아니냐 논란이 많았다. 결국 노조결성이 허용됐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제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일용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시립예술단 내의 교향악단과 합창단에서 단원의 부당 해촉이 문제돼 법정싸움까지 간 바 있고, 무용단이 안무자의 독단적인 운영을 문제삼아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전 위원장과 단원들은 청주시에서 책임자를 뽑아놓기만 하고 평가를 하지 않는다며 ‘문제만 없으면 연임’ 되는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전 위원장은 “청주시 관계자들은 툭하면 ‘골치아픈’ 예술단체 1∼2개쯤은 없애버릴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가 파리 목숨인가”라며 이제 노조를 통해 고용안정과 근무환경 개선, 단원들의 후생복지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