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을 가쁘게 올라 도교육청 정문으로 들어선 기자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청사 전체가 수 개월 전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옅은 황금색으로 리모델링한 외벽과 교육슬로건이 적힌 현관 슬라브의 배색이 잘 어울렸다. 충북교육의 사령탑이라는 무거운 가운을 벗고 산뜻한 런닝복으로 갈아 입었다고나 할까? 수장(首長)이 바뀐 도교육청의 오늘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천호교육감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전임 교육감이 사법재판과 퇴진여론에 밀려 사퇴할 때까지 2년여 동안 충북 교육계는 ‘만신창이’가 됐다. 항로를 잃고 헤매는 충북교육의 방향타를 잡게된 김교육감은 사실상 1년 6개월의 잔여임기를 넘겨받은 ‘반쪽‘이었다. 따라서 위기수습과 조직장악에 적지않은 우려감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은 오늘의 충북 교육계에 더 이상 ‘반쪽의 자리’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시·도 교육감 선거는 지역별로 제각각 실시되기 때문에 교육감 임기는 전국적으로 다 다르다. 따라서 보궐선거라 하더라도 조직관리의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새롭게 정식임기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건 내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취임 1주년이 되자마자 오는 11월 교육감 선거 출마여부에 대한 질문공세를 받아야 하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아직 출마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때가 되면 주변과 여론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 결단하겠다” 지난해 교육감 보궐선거 토론회에서 일부 후보자는 재출마 포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잔여임기에 만족하고 전력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하지만 김교육감은 끝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1년이 지난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신상에 대한 탐색(?)을 접고, 본격적인 교육현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직영급식 더욱 강화하겠다
최근 학부모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사건은 학교급식 위생문제였다. 특히 위탁급식의 경우 식중독 피해사례가 월등히 많았다. 학교급식에 대한 도교육청의 기본방침은 무엇일까. “충북은 가능한 직영급식을 권장하고 있다. 도내 200개 중·고교 가운데 28%(56개교)만이 위탁급식을 하고 있다. 전국의 위탁급식율 43%보다 크게 낮아 상대적으로 직영급식이 많은 편이다. 2001년부터 도입운영하고 있는 HACCP(식품위생중점관리기준)제도를 위탁급식에도 확대적용토록 하겠다. 또한 해당 학교 학부모·학생들이 원할 경우 급식 전담직원 증원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직영급식으로 전환토록 하겠다”


예산 보성초교 교장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학교현장의 갈등과 교원단체간 대립이 교육계 최대이슈가 되고 있다. 교단의 갈등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전교조에서는 교장선출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생이 행복하고, 선생님이 보람을 갖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내 교육철학이다. 학교현장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교육감실’을 운영하는 취지도 거기에 있다. 관리자와 평교사간에, 교사와 교사간에 끊임없이 열린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교육현장의 모든 이견은 학습자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관리되고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자살사건으로 아이들이 학교등교를 하지 못하는 극한상황이 벌어진 것은 우리 교육종사자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할 문제다”


교장선출제에 대해 재차 질문하자 잠시 눈길을 고정시킨 김교육감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교단 안정론’을 강조했다.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모두를 한그릇에 담는 일은 쉽지않다는 설명으로 들렸다. 이 대목에서 김교육감의 ‘안정론’이 인사분야에서 서열중심으로 흘러 인적쇄신의 내부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최우선 과제는 교육안정이다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궐선거 이전의 혼돈상황을 돌이켜보며 최우선 과제가 충북교육의 안정이라고 판단했다. 교육기관이 학생을 위한 조직이라는 관점에서도 안정이 우선이라고 본다. 나름대로 인사서열을 중시하돼 발탁도 고려하고 있다. 개혁과 안정을 동전의 양면성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 덧붙여 김교육감은 학교장 및 교사 초빙제 확대와 여성의 전문직·관리직 진출을 위한 30% 채용목표제 실시를 강조했다. 또한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민간전문가를 절반이상 참여시키고 현재 5급 승진심사에 적용하고 있는 다면평가제를 빠른 시일내에 전 계급으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재임 1년간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질문방향을 바꿨다. 가장 보람있는 성과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부패방지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의 청렴도 조사결과 전국 4위라는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지난 시절 충북교육이 혼란에 빠지면서 마치 복마전처럼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청렴도 조사결과로 도내 교육종사자들이 자긍심을 회복하고 희망을 갖게 된 점이 기쁘다. 또한 지난해 대입 수능시험 결과 전년도에 비해 비약적인 성적향상을 가져왔다. 평균점수는 일반계 고교의 경우 7.88점이 높아졌고 수능응시자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350점이상 고득점자는 212명에서 25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4년제 대학 합격률도 53%를 나타나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섰다”
초등출신 최초의 교육감으로 지난 1년간 성공적인 연착륙을 한 김교육감이 남은 6개월의 임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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