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후보 추천위원들이 선거를 하던 지난 19일, 학교에서는 ‘쫓고 쫓기는’ 일대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도서관 5층으로 통하는 문을 분수고 들어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일부 교수들은 피킷시위를 했다.
선거당일 도서관 5층입구 완전봉쇄하고 추천위원들끼리만 실시
김준철 전 이사장의 장남인 김윤배씨가 예상대로 차기 총장에 선출되자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를 비롯한 교수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협은 이미 선거 전에 교수들에 의한 직선총장 원칙을 청석학원 이사회에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사장이 교육부에 의해 고발됐고, 이사들도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에서 총장선출에 참여할 수 있느냐며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물론 일련의 선거방식을 아예 반대해 왔다.
그러나 후보추천위원들이 김윤배씨와 장준호·오현진 교수 등 3명의 후보를 놓고 선거할 당시 교협에서는 저지할 뜻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장소를 불문에 부쳐 찾다가 도서관 5층에서 한다는 말을 듣고 가보니 입구를 완전히 봉쇄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 교수들의 말이었다. 최종적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회가 있었던 지난 21일에도 외부에는 교협에서 회의 개최를 반대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교협 “법적인 조치 취하겠다”

현재는 방학중인데다 교수협의회·교수연합회 등으로 교수 조직이 양분되고 교수사회가 물리적인 힘을 가하며 농성할 정도로 조직화되지 못하는 면이 있어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교협에서는 농성보다 법적인 차원으로 반대의사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황청일 교협회장은 “정관과 공고내용 등 선거 절차를 가지고 문제 삼을 계획이다. 선거 전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다’는 소문이 돈 점, 유력했던 3명의 후보가 사퇴한 점 등이 김윤배씨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선거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 사람을 위해 나머지는 들러리였고 각본을 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입증해 선거무효화가 가능하다면 총장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다”고 말해 총장선거가 법적인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어 황회장은 교수들의 여론이 어떠냐는 질문에 좋은 비유를 들이댔다. “전두환 정권 때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말을 안하다가 정권이 끝난 뒤 비판을 한 것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김대표의 총장 취임이 ‘무리’ 라고 하지만 공개적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우리사회는 ‘무리’인 것도 통하는 세상아닌가.”
교협에서 ‘김윤배 대표가 총장이 될 수 없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청주대 대학원에서 정당하지 않게 석사학위를 받은 이래 학교를 둘러싼 각종 부정과 비리의 중심에 김 대표가 서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사학위를 정당하지 않게 받았다는 점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로부터 판정을 받았다는 것. 그뿐 아니라 그는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해 비리이사로 퇴진을 당한 후 학교발전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삼창토건과 충북석유라는 업체를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육부 지원금을 오히려 갉아먹은 인물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학원의 주인은 구성원이냐,
설립자 가족이냐

지난 10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종합감사 결과 김대표는 수의계약으로 청석학원내 유류공급을 독점, 재정적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타기관 유류구입가와 비교해 볼 때 98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3년동안 모두 5100만원의 학교비 손실을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은 것. 그리고 무엇보다 청주대학교가 김씨 일가의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점이 비판 요지다. 이들은 “김준철 전 이사장도 총장을 역임하다가 삼창토건의 탈세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설립자의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총장이 된다는 것은 학교를 개인의 구멍가게로 생각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 ‘김윤배총장 취임’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김대표의 총장 임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의 핵심은 “학원은 주인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투자도 늘리고 제 살림처럼 아끼고 발전시킨다는 것인데 반해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원의 주인은 학생과 교수, 직원 등 구성원이지 어떻게 김씨 일가냐. 학원은 설립해 세상에 내놓는 순간 공적인 것이다”고 분개한다. 실제 학원의 사유재산화는 학원구성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그동안 비리재단으로 낙인찍힌 수많은 사학들이 이를 입증했고 청주대 역시 이 문제로 수십년 동안 교수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4일 이광택총장 퇴임식장에서 김대표는 차기 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각계 인사 및 청주대 교직원들과 분주히 악수를 나누며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그는 그동안 아버지 김준철씨의 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때를 만난 듯 얼굴에는 긴장감마저 맴돌았다.

김준철 전 이사장
학교발전계획 말뿐

김준철 전 이사장은 지난 89년 총장에 선출될 당시 예산결산 공개, 교직원 처우개선, 학생장학제도 개선 등 5개항의 발전계획을 들고 나왔다. 이 때도 구성원들은 재단의 실세 중 실세인 김씨가 총장에 취임함으로써 학교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5개항 발전계획은 말뿐이었다. 김총장이 93년 토착비리 인사로 사정대상에 올라 검찰내사를 받고 총장직을 스스로 사퇴할 때까지 청주대는 거의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재단에서 김총장을 재추대하자 총학생회는 무려 300일간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등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김씨의 총장 취임을 반대한 교수·학생들은 재단소유의 북문로, 수동 일대 땅 1천평과 자신이 소유한 대성여상 부지 2500평을 맞바꿔 재단에 손실을 입힌 점, 삼창토건을 통해 독점이득과 공사비를 과다 책정해 부당폭리를 취한 점, 장남 김윤배의 학점취득 과정 부정의혹 등이었다.
총장선출을 싸고 일어나는 구성원 갈등은 결국 아버지 대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도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청주대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모 인사는 “대학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다른 대학들은 눈에 띄게 발전하는데 언제까지 내분만 계속할 것이냐. 청주대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새워야 할 판에 총장 자리 가지고 싸움할 때인가. 청주대도 하루빨리 대학발전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총장은 전구성원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탄력을 받아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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