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고위급 인사 결과를 놓고 때아닌 호남 소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 간부급 인사에서 호남 인사들이 배제된 데 이어, 행정자치부의 간부급 인사에서도 호남인사가 배제되었다는 주장을 민주당의 구주류 의원들 중 일부가 들고 나온 것이다. 여기에다가 광주, 전남 지역의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여 호남 소외론을 확대하고, 그동안 민주당과 김대중 정부에 비우호적이었던 중앙 일간지들까지 가세하여, 노무현 정권이 호남을 소외시킨다느니 하는 선동을 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청와대에서는 정찬용 인사보좌관이 광주, 전남 지역에 파견되어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온 모양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바닥 민심은 괜찮은데, 일부 정치인과 지역 언론이 행정자치부 인사를 과장하여, 호남 소외론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청와대 쪽에서도, 인사결과에 대해 반박자료를 내어, 호남 소외가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고위직의 비율을 보면, 호남이든, 영남이든 전국 인구의 출신지별 인구비율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진출해 있다. 강원, 충청, 제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나오지 않는데, 왜 영남과 호남 쪽에서만 인사 소외론이 똬리를 트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만도 하다.
노무현 정부가 처음 출범할 때, 대구의 어떤 지역언론은 대구, 경북 사람들이 신정부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에 매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신문의 논조는 김대중 정부 때 인사상 불이익을 포함하여 그 지역이 큰 피해를 보았다는 정서가 그 지역에 팽배해 있는 마당에 신정부의 첫 인사가 어떤 모습을 띨지 주의깊게 감시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고위급의 인사문제는 지역 주민의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지역언론이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부 내에서의 고위직 쟁탈전은 서울 강남 주민들 사이의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는 지역을 파는 것은 서울의 상류층 주민들 사이의 다툼일 뿐, 지역 주민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오히려, 최근 이런 소외론을 퍼뜨리는 세력의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정부의 등장으로, 정치문화가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자, 지역분할 구도에 기생해 온 세력들이 생존책으로 이런 소외론을 퍼뜨리는 것은 아닌가?
이런 식의 발상은 요즈음 큰 운동으로 발전되고 있는 지역 분권 운동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이 지역 출신 아무개가 정부 요직에 있는 것보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여 지역이 스스로의 발전 전망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호남에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영남 푸대접론을 선동해온 신문들이 호남이 인사상 큰 불이익을 받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지역 언론들도 중앙 인사에 지나친 관심을 보여온 관행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자. 장관 인사 때 충북 출신이 3명 포함되었다고, 중앙 정계에 충북의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가 넓어졌다고 크게 보도한 TV 보도도 있었고, 지역 신문들도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낸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충북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대전, 충남 지역은 장관을 한 명 밖에 배출하지 못해 불만을 터뜨려야 마땅할 것이다.
결국 이런 숫자 장난은 지역 분권운동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는 작용만 할 것이다.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벌려놓는 중앙정부의 정책은 없는지, 노무현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인재 할당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지역 분권정책은 올바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일을 지역 언론에서 꾸준히 해야 하리라 본다.
아울러, 얼토당토않게 지역감정을 선동하여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할 것이다.

 

-허석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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