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면 민들의 원성의 대상이던 청남대가 드디어 개방됐습니다. 대통령 별장으로 지난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때 건립된 지 20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철옹성의 문이 열렸으니 한마디로 ‘민의 승리’라 아니 할 수 없는 쾌거입니다.
22일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충북도의 배려로 지난 주 시민사회단체 대표 40여명과 함께 청남대 내부를 2시간에 걸쳐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던 1992년 청와대 기자단의 일원으로 이미 경내를 돌아 본 적이 있었기에 별달리 관심은 없었지만 다만 그 때와 어떻게 달라졌나 하는 것이 궁금할 뿐이었습니다.
입구에 다가서자 특공대원들이 기관총을 들고 겹겹으로 삼엄하게 경비를 서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느슨한 경비분위기가 이미 대통령 별장으로서의 파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의미로 이름지어진 청남대(靑南臺)는 신라 때 원효대사가 이곳 지형이 임금 왕(王)자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1천년 뒤 이 일대가 임금이 머무는 나라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고 합니다.
청남대의 총 면적은 54만여 평에 달하지만 실제 활용공간은 모두 합쳐 그 10분의1에 못 미칩니다. 대통령의 숙소가 있는 본관은 연건평 800여 평으로 지하1층, 지상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에는 접견실과 손님들의 침실, 비서·경호관들의 방이 있고 2층은 대통령의 서재와 거실, 침실이 있습니다. 지하는 당구대와 간이 운동시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 항간에는 ‘금으로 만든 수도꼭지에 욕조를 옥으로 만들었다’느니 ‘대통령이 낚시를 하면 잠수해 있던 경호원이 물고기를 낚시바늘에 꿰어준다’느니 하는 헛소문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본관 앞의 골프장도 외부에는 9홀이라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1홀의 널따란 잔디밭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은 골프를 치지 않아 지난 10년 동안은 잔디만 가꾸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청남대는 호화롭기는커녕 대통령별장인가 싶을 정도로 수수했습니다. 경내는 전체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듯했지만 건립된 지 20년이나 된 때문인지 느낌은 그저 그랬습니다. 건립당시 들여왔다는 모터보드는 지금은 고물이 되어 뭍에 끌어 올려져 매어있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날 경내를 둘러보던 참관인들은 이구동성 걱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잘 가꿔 온 명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은 청와대 직원 및 일반요원 30여명과 군부대병력 250명이 관리해왔는데 앞으로 충북도가 과연 변함없이 관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눈치였습니다.
관리 인력도 인력이려니와 적지 않은 예산도 문제이고 또 개방 뒤 하루 800명이나 되는 관광객들이 날마다 전국에서 몰려들면 경내는 마구 훼손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대통령 별장으로 그냥 두고 그때그때 개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관리도 걱정 없고 도가 예산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휴식할 별장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찌됐든 이제 22일이면 청남대는 완전히 개방됩니다. 선거 때의 공약을 흔쾌히 이행한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이곳에 내려와 처음이자 마지막 하룻밤을 묵고 18일 지역유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에게 청남대 이양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건립이후 온갖 규제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던 청남대는 이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청남대는 관광지가 되어 소득을 올리기를 기대하는 주민들과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시민단체들, 관리를 떠맡은 충북도 사이에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되어있습니다.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형국의 감자, 그것이 앞으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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