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언유착' 익명공개에 전국 일간지 묵묵부답

<미디어오늘>청와대가 한 공기업이 특정 언론사의 비판 기사를 수 억 원대의 광고 및 협찬으로 막았다는 등의 '권언유착' 사례를 공개했다. 지난 1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한 언론사가 비판 특집기사를 준비하자 모 공기업은 광고 0억 원, 협찬 0천만 원을 약속하고 문제의 보도를 막았다"면서 "또 다른 언론사와는 물밑 협상을 통해 0억0천만 원의 광고를 집행해 보도가 안 나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언급한 사례는 또 있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A씨는 지난해 출입기자의 데스크로부터 간곡한 민원을 받았다"면서 "해당 언론사가 추진 중인 수익사업이 기관의 규제에 걸려 있다며 풀어달라는 것이고, 자사 수익 및 경영에 직결되는 중요한 내용이니 꼭 도와달라는 요지였다. A씨는 이 민원을 처리해줬다"고 밝혔다. 
 

   
▲ 한겨레 6월4일자 1면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등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일제히 '침묵'

청와대의 공개 내용이 사실이라면 언급된 고위공직자 A씨는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법에 따른 처벌이 불가피하다. 마찬가지로 '출입기자 데스크'와 '비판기사를 준비한 언론사'의 경우도 명백한 권언유착에 해당되기 때문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던 대다수 언론들이라면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청와대의 이런 반격(?)에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만약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판기사를 준비한 해당 언론사와 수 억 원의 광고와 수 천만 원의 협찬으로 비판 기사를 막은 공기업이 어디인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를 해야 마땅한 처사다. 그리고 "고위공직자 A씨에게 출입기자의 데스크가 누구인지"도 공개를 하라고 촉구하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권언유착' 사례는 '기자실 통폐합' 조치와 관련한 대립국면에서 언론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이기에 그렇다. 만약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모든 언론이 '일치단결'해서 이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청와대를 향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침묵'하는 이유 무엇인가

하지만 이상하리 만치 조용하다. 4일자 한겨레가 1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한 것을 제외하곤, 오늘자(4일)에서 이 문제를 다룬 곳은 없다. 해당 글이 <청와대 브리핑>에 실린 지난 1일, 뉴시스와 이데일리, 오마이뉴스 등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소위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이 문제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다.

전체 언론의 명예에 관한 문제임에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두고 정부와 청와대에 '날을 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놀랍고도 놀라운 '인내와 자제심'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 신문들이 오늘자(4일)에서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따른 '비난기사'를 일제히 싣고 있는 것과도 명백히 대조된다. 왜일까. 왜 대다수 언론들은 <청와대 브리핑>의 '권언유착'에 대해 일제히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해당 공기업과 언론사를 실명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이렇게 답했다. "권언유착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언론 모두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 처벌이나 파문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앞으로 실명을 공개할 생각이 없다."

청와대의 '배짱'과 언론의 '침묵'. 4일자 아침신문들은 참 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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