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모교장의 자살사건을 둘러싸고 교육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기간제(임시) 여교사에게 차 시중을 요구했다가 전교조의 공식항의를 받는등 갈등이 확산되자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건이다. 일부 보수적 언론과 학부모단체는 전교조의 ‘강압과 과도한 대응’을 ‘무고한 죽음’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고인의 유가족들도 병원영안실앞에 ‘기간제 교사와 전교조 교사의 조문을 거부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당사자들을 형사고발한 상태다.
우선 죽음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밖에 없었던 고인의 안타까운 심경에 대해 연민과 애도의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서교장의 자살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은 지난 대선이후 본격 등장한 보수-개혁세력간의 또다른 대리전으로 비쳐지고 있다.
전교조에 대해 보수언론에서는 ‘인민재판식 인격살인’ ‘패륜범죄의 현행범’이라는 극언을 서슴치않고 있다. 정체불명의 학부모단체에서 전교조 해체를 주장했고 한나라당도 전교조 비판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죽음이라는 결과에만 현미경을 들이댄 채 그 과정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신문의 의견난에는 ‘여직원이 커피타는 것이 뭐 대수냐’는 식의 몰아세우기도 만만치않다. 말없이 숨진 서교장의 유서를 언론이 대신 쓰는 상황에서 당초 피해자로 나섰던 기간제 여교사의 목소리는 발붙일 틈이 없다. 우선 확인된 사항 한 가지를 전제하고자 한다. 보성초교가 기간제 여교사에게 내민 계약서에는 ‘기타 업무’ 조항에 ‘접대 및 접대기구(찻잔) 관리’ 항목을 포함시켰다. 학생교육을 위해 채용한 교사에게 공식적인 업무로 차시중을 요구한 것이다. 또한 해당 여교사가 작성한 사건일지 가운데 한토막을 옮겨본다. “‘수업 중에라도 손님이 오면 키폰으로라도 연락해서 내려와 차를 타야 한다’는 그분들의 말씀이 귓가를 맴돈다. 교권이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느꼈고 여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접대를 강요받으며…”라는 하소연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8일 충청리뷰 독자마당 게시판에 등장한 ‘손바닥을 뒤집어 봅시다’란 글을 소개한다. “우리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문제의 기간제 여교사가 자살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남녀차별 직장문화 바꿔야 한다고 언론에서 난리를 피울 겁니다. 아닙니까? 맞지요? 솔직히 대답해 봅시다. 여성직장인에게 차시중 들게 하지 말자는게 벌써 언제쩍 얘깁니까.…(중략)…군사부 일체가 무엇입니까. 여교사는 남교사와 사회적으로 달리 대접받아야 합니까? 우리 속에 자리잡은 남존여비 그 칙칙한 구시대 관념이 한 심약한 교장선생님의 죽음을 필요이상으로 혼돈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요.”
진보·개혁을 표방한 노무현정권과 우리 사회 진보세력을 대하는 보수신문들의 태도는 마치 하이에나와 같다.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무자비하게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중앙일간지 시장점유율 74%를 자랑하는 보수신문들의 목소리에 국민여론은 들쥐처럼 꼬리를 물고 따라간다. 물론 외눈박이도 형상은 그럴듯하게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원근은 맞출 수 없다. 원근이 맞지않은 그림은 추상이거나 왜곡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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