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송 현 화제신문 대표이사

   
청주를 그림으로 나타낸 예쁜지도를 만들어 보급한 지 10년이 넘었다. 10여년 동안 발행한 지도만도 어림잡아 10만부가 넘는다. 그동안 청주도 많이 바뀌었다. 분평동, 가경동, 하복대, 용암2지구, 산남동이 개발되었고, 외곽 순환도로가 생겼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도 많고 학교도 많다. 그때마다 찾아다니며 지도를 바꿔왔더니 이제는 종이와 연필만 있어도 대략 청주를 그려낼 정도가 되었다.

처음 지도를 만들 때는 대부분 의아해 했다. 손바닥만한 청주에서 지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 의구심속에서도 미련한 작업을 계속한 것은 상대적으로 지리감각이 떨어지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청주를 알기 쉽게 보여주고 싶었고, 좀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기를 바랐고, 갈 곳을 몰라 길위에서 고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림지도를 만들어놓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평소 청주를 잘 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그림지도에 호감을 나타냈다. 늘 다니던 곳만 알았지 청주라는 도시를 전체의 형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청주 토박이들도 택지개발지구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점점 그림지도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결국 한번 어쩌다 만들어보았던 것이 10년이 넘도록 되풀이 하게 되었다.

갈수록 사람들은 길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다. 도시가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업종에서 배달이 거의 필수적이다. 책상위에 앉아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일즈를 외치고 있다. 주부들이나 노인들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는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현대인의 생활은 어딘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찾아다니기의 연속인 것이다.

길위에서의 생활이 많은 현대인에게 지도는 가장 중요한 상비품이다. 지리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는 비즈니스맨의 큰 경쟁력이다. 지리정보 활용에 따른 이익은 시간절약, 교통비 절약, 에너지 절약으로 추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도산업은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도시가 살기 좋으려면 다니기가 편해야 한다. 교통이 편해야 하고, 그 중에서도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찾기가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갈 것인가 이전에 어디로 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용차만 믿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표지판을 탓하며 길을 헤매는 일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되풀이 하고 사는가?

오래도록 지도를 만들면서 청주가 찾아다니기 쉬운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왔다.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사람이 없는 도시, 처음 가는 길도 찾기 편하고, 처음 오는 사람도 고생하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도시.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길에서 기름을 낭비하지 않는 그런 도시, 청주가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길안내가 잘 되어 있으면 좋겠다. 주요 도로 표지판이 눈에 잘 띄게 크게 만드는 것이다. 길 안내판은 많이 만들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길안내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길안내는 그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 길을 잘 아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처음 온 사람들, 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길을 찾기 쉽도록 해주는 것이 길 안내판이다.

시설이 큰 공공기관에서도 안내판이 중요하다. 청주시가 친절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직접 친절을 베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없는 시간에도 잘 만들어진 안내판은 찾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잘 만들어진 길안내판은 도시가 낯선 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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