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소 영 문화부 기자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전국적인 붐이다. 지난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아트인시티 사업이 첫 스타트를 끊더니 올해는 서울시가 80억을 투입해 도시를 작품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역, 남산공원, 한강 등 서울의 대표적인 공간 40여곳에 후끈한‘예술 바람’이 불 예정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장식법’에 의한 신축건물의 조형물 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술인회의 성완경 대표는 한 신문인터뷰에서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규모의 한국적 쓰레기를 양산하는 형국이다. 공공의 논의를 배제한 채 기업미술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특정 공간에 작품을 풍덩 떨어뜨리는 ‘프로프(prop) 아트’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공공성’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공공미술에 대한 연구나 비평이 부족한 실정이다. 쉽게 말해 공공미술은 공동체적인 담론을 갖고 부딪쳐야 하며, 공동체를 끌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갓태어난 공공미술을 여전히 천덕꾸러기다. 공공연히 공공미술은 순수미술에 비해 질적으로 뒤떨어지거나 모자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거나, 건축주와 브로커 사이에 뒷거래가 난무하는 ‘문제적 미술’로 인식되기 일쑤다.

문화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1년에 600여억원 들여 700여 점의 미술작품을 공공장소에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린 도시공간에서 작품 자체의 조형성이 시민들과 소통되는 경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 이런 공공미술도 있다.

낙서와 예술을 오가는 벽화 페인팅 그룹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 담벼락을 꾸미고, 버스에 오브제를 매달아 놓고 ‘예술버스’를 운행한다. 또 주민들의 문패를 그들의 요구에 맞춰 새롭게 제작한다거나(작가 이진경의 ‘문패달기’ 프로젝트), 작가들이 재개발지구 달동네에서 머무르며 주민들과 부침개를 지지며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후미진 계단에 그림을 그려놓는다.(낙산 프로젝트) 그리고 폐교를 앞둔 분교에 미끄럼틀을 놓고, 수도를 고쳐준다. (아트인 시티 프로젝트 中)

이처럼 ‘공공성이 첨부된’ 다양한 미술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미술을 넘어 복지와 손잡고, 또한 주민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공공미술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술평론가들은 “공공미술이 올해를 기점으로 미술의 주된 영역으로 본격 진입이 예상된다. 하지만 쏟아지는 사례들 속에서 주민들과의 인식차이, 복지사업과 구분되는 미학적 얼개의 정립 등은 여전한 화두”라고 말한다.

청주에서도 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올해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미술작품을 남기고, 또한 지역작가를 홀대하지 않겠다는 것. 조직위의 ‘두 마리 토끼 잡기’식의 대안은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어쨌든 청주의 문화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취지는 백번 박수를 보낼 일이다. 또, 두 마리 토끼 못 잡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물만 탄탄히 짜면 될 일.

다만 조직위가 최근 발표한 공모요강을 보면 탄탄한 그물망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명작가를 제외하더라고 지역작가 공모요강을 보면 조형물설치 공모와 다른 점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과 비용, 제한요건에 대한 공개적인 오픈을 선행했다면 적어도 조직위와 지역작가 간의 오해와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조직위는 올해 고무적으로 시민제안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제 ‘누구나 비엔날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표어가 무색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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