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무소신이 더 문제, 의원 평가 잣대로 삼겠다”
의원측, “국내 정치 명분 챙길지 모르지만 국익 해치기 때문”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전세계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평화적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다수 유엔 회원국의 권고를 외면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개입에 대해 ‘부도덕한 침략전쟁’으로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에 걸쳐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의 이라크전 수행에 한국군을 파병한다는 파병동의안에 대한 국회 동의가 연기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25일 정부의 파병동의안 의결 요청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들은 뒤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군 파병 반대 여론이 높아가는데 따른 것이다.

25일 현재 국회의 예정됐던 파병동의안 표결 직전까지 국회의원들도 48명이나 파병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48명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벌이고 있는 파병반대 서명운동에 서명한 의원들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 국회의원 7명 모두는 한국군 파병 반대 서명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일부는 파병안에 대해 ‘당론에 따르겠다’는 등 소신 없는 반응을 나타내 국가 중대 사안에 대한 국회의원으로서의 무소신이 회자되고 있다.
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도내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충북지역의 지역구 국회의원 7명에게 파병반대 서명용지를 발송하고 반대서명에 참여할 것을 수차례 촉구하였으나 단 한명도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유엔 승인도 없이 전쟁을 감행하려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정부가 지지하여 군을 파병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부도덕한 일일뿐더러 국제법적 질서와 국제사회의 여론을 등지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정부의 파병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서명지를 국회의원들에 보냈었다. 시민연대는 이 과정에서 이들 국회의원과 개별접촉을 통해 파병안에 대한 개별의견을 청취했다.
7명의 의원 중 송광호의원(자민련, 제천·단양)의 파병찬성 소신은 확고하다. 송의원은 “이라크전에는 국익차원에서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없다면 여기에 참여하여 조기에 종결짓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고 북핵문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파병안 찬성 이유를 분명히 했다.
홍재형의원(민주당, 청주 상당)· 정우택의원은 “파병반대에 서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신경식의원(한나라당, 청원)은 파병 찬성 의견이었다.
이에 반해 윤경식의원(한나라당, 청주 흥덕)은 “당론에 따라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여 무소신이란 비난을 샀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세계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국가적 중대사에 대해 표결 몇 시간전까지도 자기의 의견이 없다는 것은 국민대표로서의 취할 태도가 아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원성의원(민주당, 충주)과 심규철의원(한나라당, 보은·옥천·영동)은 시민연대의 서명 요구 및 개별접촉에 아예 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단체는 “전국적으로 48명 국회의원이 파병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충북지역 국회의원은 파병동의를 거부하는 의원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이번 표결결과에 대해서는 후보 평가 근거로 삼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파병 반대에 동의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분명한 소신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실망감을 준다”고 평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충북의 전체 정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어느 국회의원이 우리의 젊은이가 명분없는 전쟁에 나가 피 흘리는 것을 원하겠는가. 개인적으로 봐서야 모두 파병에 반대하겠지만 국가를 생각하는 거시적 입장에서 파병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파병반대가 국내 정치적 명분은 있을 지 몰라도 실리는 못얻는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시민단체가 자기들의 뜻에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무조건적인 반대도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파병반대 의원 명단
▶ 한나라당 : 권오을, 서상섭, 김부겸, 김홍신, 안영근, 전용학, 전재희, 조정무, 이성헌, 이재오, 김영춘, 박명환, 원희룡, 이부영, 박승국(15명)
▶ 민 주 당 : 강운태, 정범구, 조한천, 김성호, 오영식, 송영길, 임종석, 김근태, 천정배, 정철기, 배기운, 김충조, 김태홍, 김경천, 김희선, 이미경, 조배숙, 최영희, 박인상, 이강래, 이창복, 이호웅, 심재권, 신기남, 이재정, 김영환, 설 훈, 송석찬, 조성준, 이희규, 이해찬(31명)
▶ 개혁당 : 김원웅
▶ 무소속 : 오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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