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위원 선출놓고 정치생명 걸어야 할 판
향후 정치권 향배·내년 총선 맞물려 복잡한 속내

충북 민주당이 ‘빅 뱅’을 앞두고 있다. 전당대회 이전에 치러질 중앙위원 선출이 도내에서도 민주당 중량급 인사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것이다. 특정인의 경우 아예 정치생명까지 걸어야 할 판이다. 조만간 확정될 당 개혁안에 따라 궁극적 윤곽이 드러날 중앙위원은 기존의 최고위원과 당무위원, 중앙위원 등 세기능을 통합하는 자리로, 중앙위원회는 명실상부한 당내 최고의 기구가 되는 것이다. 인구비율에 의해 시.도별로 1~3명씩 선출하는데 충북에선 이용희 당 최고위원과 홍재형의원(청주 상당) 노영민청주흥덕지구당위원장 등 3명이 이미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충북에선 두명을 선출하고, 각 지구당별 당원대회에서 결정될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갖는다. 1위 득표자는 당연직으로 도지부장까지 맡게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전국의 권역별로 선출되는 상임중앙위원으로, 중부권으로 묶이는 대전 충남.북과 강원에서도 모두 8명의 중앙위원들이 호선을 통해 한명의 상임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이 상임 중앙위원은 다단계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지금의 최고위원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권한과 위상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이런 안은 정계개편의 태풍이 몰아치면 유야무야될 수도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큰 설득력을 얻는다. 충북에서 중앙위원을 넘보는 세명은 각자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정을 갖고 있다. 중앙위원 선거가 일종의 신임을 공개적으로 묻는 절차라는 점에서 최하위 득표자는 정치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잘못하면 정계를 은퇴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한 중앙당직자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중앙위원 선출은 정치생명 담보

지난 16대총선에서 실패하고도 지역 안배 차원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올랐던 이용희 전의원의 경우 중앙위원 선거는 가장 부담가는 통과의례다. 특히 그는 고령의 나이(73) 때문에 이번 중앙위원 선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본인이 내년 총선 출마를 강력 희망하고 있어 만약 득표가 시원치 않으면 큰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중앙위원 선거와 관련,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최고에 대해 “요즘엔 지역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홍재형의원 역시 중앙위원 선거가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초선이지만 도지부장을 맡아 도내 공조직의 정점을 이뤘었고, 또 경제부총리 경력에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다는 점이 오히려 중압감으로 다가 오는 것이다. 홍의원한테도 중앙위원 선거 결과는 앞으로 냉정한 잣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과가 좋으면 정치력이 수직 상승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의 반 노무현 전력으로 지금까지 계속되는 당내 불편한 관계를 일소하기 위해서라도 홍의원은 반드시 선전할 필요가 있다.
이용희최고위원 및 홍재형의원과는 달리 노영민위원장은 느긋한 입장이다. 한마디로 손해볼 게 하나도 없는 게임(?)인 것이다. 지난 대선을 통해 충북을 대표하는 당내 주류로 급부상한 노위원장이지만 원외의 입장에선 오히려 이번 중앙위원 선거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아주 유리할 수 있다. 상위 득표를 하면 그만큼 자신의 위상이 커지게 되고, 결과가 여의치 않더라도 이-홍 두 사람에 비해선 부담이 훨씬 덜하다. 당내 여론도 내년 총선을 앞둔 노위원장이 승패를 떠나 가장 확실한 전리품을 얻을 것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그만큼 자신을 알리고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로가 느끼는 체감지수 달라

중앙위원을 뽑는 선거인단은 인구 9만명을 기준, 지구당별 200명씩 선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한 1만명 초과시마다 선거인단 5명씩 증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충북의 중앙위원 선거인단은 대략 1850명 정도로 구성되고 인구가 가장 많은 청주 흥덕이 340여명을 차지하게 된다. 예상대로 이-홍-노 3명이 모두 출마할 경우 관건은 이용희 최고의 연고지인 도내 남부를 제외한 중.북부권과 표가 밀집된 청주권의 향배다. 특히 선거인단이 215명 정도로 추산되는 청원군은 이번 중앙위원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역할할 개연성이 크다. 당내에선 이미 청원군에 대한 당사자들의 구애(求愛)가 시작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드러내 놓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앙위원 선출문제가 내년 총선과 결부돼 복잡하게 돌아갈것 같다. 주요 정치인들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서로 지지할 것을 묵약하는 일종의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들이야 곤혹스럽겠지만 어쨌든 공개적으로 신임을 묻는 것은 당의 개혁과 경쟁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조직을 위해 열심히 뛴 사람은 선택받겠지만, 조직보다는 소신없이 자신의 안위만 챙긴 사람은 냉혹한 심판을 받을것이다”고 말해 중앙위원 선거가 예삿일이 아님을 시사했다.

충북에서도 노무현캠프 인맥 총선 앞으로?
박영호 맹정섭씨 등 움직임 솔솔~ 당에선 평가절하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정계진출은 불문가지다. 이들의 향후 역량을 지금으로선 점치기 어렵지만 정치권의 변화에 한 동인(動因)을 제공할 것은 분명하다. 충북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미미할 뿐이다. 우선 주목되는 인물은 박영호씨다. 대선 때 중앙당 조직관리국 소속으로 노무현캠프의 충북지역 조직담당으로 일했고 지금은 중앙당 직능위원회 심의위원과 386세대 모임인 희망네트워크 충북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충북대 85학번인 그는 87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박씨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 왔고, 내년 총선에서 기회를 잡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청주 흥덕구 분구를 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아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평가절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의 한 측근은 “쉽게 결정했겠는가. 분명한 가능성을 보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해 이를 일축했다.
역시 대선 당시 한 때 노무현캠프의 특보직함을 가졌던 맹정섭씨도 요즘 연고지인 충주에서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회창캠프와 한창 세싸움을 벌이며 특보 영입을 경쟁할 때 잠시 캠프에 합류했던 인물로, 아직 지역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를 잘 안다는 한 인사는 “정치적 뜻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은 자가발전 성격이 강하다. 특보로 활동할 당시에도 잡음이 일어 캠프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