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지부 상근직원은 모두 명퇴, ‘개점휴업’ 상태

지금 자민련은 일(?)이 없지만 할말은 많다. 자민련은 정치권의 핵심으로부터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고, 교섭단체도 구성못하는 12명의 의원으론 언론의 관심조차 끌지 못한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 조직 내부에선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중앙당 사무처직원은 두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100여명에서 현재 40명 정도로 줄었고 시.도지부의 상근직원들도 명퇴형식으로 대부분 정리됐다. 충북도지부 역시 그동안 당을 지켜 온 유철웅사무처장과 김대식 조직부장이 지난 3월 1일자로 퇴직함으로써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유철웅 전 사무처장은 “명예퇴직이 받아들여져 이미 일부분은 정산됐다. 도지부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아니고 후임자가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책임자의 구체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도지부의 후임 인선에 대해 정우택도지부장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폭풍거친 자민련

자민련은 정우택의원이 책임자로 일한 당 쇄신위원회의 안을 근거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 사무처직원 축소와 함께 전국의 시·도지부를 7개 권역으로 묶어 당 운영을 슬림화했다. 자민련의 존립 근거였던 충청권에선 충남 대전이 하나로 묶였고 현역의원 2명을 보유한 충북은 독립적으로 도지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조정에도 불구, 자민련은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치적 돌파구를 못 찾는 것이다. 노무현정부와는 막후에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지하며 끊임없이 회생방안을 모색하지만 당은 물론 소속 의원들까지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당 관계자의 “새로 태어나려고 별의 별 그림을 다 그려 보는데 답이 안 나온다”라는 말이 지금의 속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어차피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개혁신당의 출범이 됐건 다당 구도가 됐건 지금의 분위기라면 일대 소용돌이가 불가피하다. 솔직히 말해 자민련의 독자 생존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치환경의 특정한 변화에 따라 활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이라크전쟁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국내정계의 재편움직임이 표출될 것이다. 그 때까지 관망한다는 게 지금의 큰 대세”라고 밝혔다.
자민련의 최대 목표는 내년 17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에 등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탈당한 의원들을 상대로 ‘과거 불문’ 재영입작업을 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의 ‘인물’을 놓고도 심각하게 주판알을 계산하는 분위기다. JP와 이인제 체제로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지구당 관계자는 “이들의 정치적 상징성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더 이상 이들에 대해 포용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각에서 당을 정비할 수 밖에 없고 그 대안이 새로운 인물의 옹립이다”고 밝혔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라

이런 새 인물론과 관련, 현재 당 주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정우택의원과 심대평충남지사다. 정우택의원(괴산 진천 음성)은 당 쇄신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자민련의 차기 재목감으로 주목됐다. 그동안의 정치역정에 큰 하자가 없었던데다 현 자민련 의원중에선 비교적 개혁코드에 가깝다는 평가 때문이다. 본인도 이를 감안, 정치적 처신에 각별히 신경쓴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53년생으로 17대 총선 시점이 본인의 정치행보에 승부를 걸 적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정의원은 자민련의 대표주자로 뜨든,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하든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앞날을 보장받을 수 있다. 평생 평범한 정치인으로 남을지 혹은 확실한 리더로 부상할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향후 1년 안에 다가 올 것이고, 지금 자민련의 혼돈이 오히려 그에겐 기회라는 여론도 팽배하다.
심대평카드는 자민련 내부에서 최근 갑자기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대전 충남권에서 자민련의 면면을 아무리 따져 봤자 심대평지사만한 대안이 없다. 내리 3선의 저력에서 나타났듯이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망은 아주 두텁다. 중앙당에서도 심지사 카드를 움켜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여러 변수가 따르겠지만 당의 입장에선 어쨌든 하나의 긍정적 요소로 평가한다. 아직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판단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다수 의석을 내야 하는 당으로선 경쟁력 있는 인물한테 우선 시선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대평 대안론의 맹점은 그의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광역 자치단체장으론 성공적인 역정을 걸어 왔지만 정계의 울타리는 절대적으로 빈약하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식의 인물영입이 불러 올 당내 반발도 지금으로선 예측 불가능하다. 심지사 카드를 역설하는 한 당료마저 “자민련을 쇄신해 정치적 회생을 꾀하려면 반드시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엔 모두가 공감한다. 다만 당의 기반이 워낙 취약하다보니 갑작스런 충격은 곧 심각한 위해(危害)가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약처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동반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자민련 소속의 심지사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후보쪽에 선을 대는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패했다.

구천서,“당에 더 이상 빚진 것이 없다”
지역 활동중 출마의사 구체적으로 밝혀

구천서 전의원이 지난 18, 19일쯤 청주를 방문, 각계의 인사들을 만나며 자신의 속내를 상당부분 드러냄으로써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지역구 활동에 신중을 기하던 구 전의원은 이날 개인택시조합과 청주 재래시장 간부들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구 전의원은 ‘힘있는 정치인’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는 것.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자민련과 관련된 발언으로, 그는 “이젠 당에 진 빚은 다 갚았다. 앞으로 정치는 내 소신대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총선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혔지만 지역구나 당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지역정가에선 구 전의원이 자민련과 결별하는 것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 전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홍재형의원(청주 상당)에게 패한 후 도미했다가 200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에 출마하기전 자민련을 탈당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땐 다시 자민련 공천으로 한나라당 이원종지사와 한판 승부를 벌여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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