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도내에서만 100명이 넘는 주부들이 도박혐의로 입건돼 주부도박이 위험수위를 넘고있다는 지적이다.
‘한탕’하려다 남은건 빚과 마음의 상처뿐…
속칭‘아도사끼’라는 신종도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가정주부가 크게 늘고 있다.
제천지역에서는 지난 8월말 수 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인 주부도박단 35명이 검거된 일이 있었다.<본보 196호> 하지만 이 후에도 이 도박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탕주의’에 빠져있는 가정주부들이 계속해서 늘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천경찰서는 8일 원주, 제천, 횡성등의 호텔과 콘도등을 돌며 한판에 최고 수백만원씩 판돈을 걸고 수천만원대의 도박판을 벌인 이모씨(41)등 주부 20명과 도박판을 개설해준 박모씨(22)등 모두 27명을 검거, 박씨등 7명에 대해 상습도박및 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모씨(39·청주시 사직동)등 주부2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제천경찰서는 가정주부들이 억대의 도박판을 벌일것이라는 첩보를 사전에 입수, 8일새벽 0시 30분쯤 제천시 청풍면 R호텔을 급습하여 이들 27명을 검거하고, 현금 1,490만원 칩1,050만원등 판돈 2천 5백만원을 현장에서 압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7일 밤 11시부터 한판에 수백만원씩 판돈을 걸고 ‘아도사끼’라는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문방조(무전기를 들고 입구등에서 경찰단속을 연락해주는 사람) 와 꽁지(놀음꾼들의 뒷돈을 대주는 사람), 도박장소까지 가정주부를 운반해 주는 운반책, 그리고 심지어 커피아줌마까지 두고있을 정도로 조직적 체계까지 갖추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박장, 접근조차 힘들다

제천경찰서 정관헌(38) 형사계장은 “이들이 도박장 곳곳에 문방조를 두는 등 접근이 힘들었다”며 “다행이 이번 도박장은 문방조가 있는 도로에서 도박을 하고있던 호텔까지의 거리가 가까웠다. 문방조가 손 쓸새없이 순식간에 호텔로 진입했지만 그 사이에도 일부 도박꾼들이 도주하던 상태였고 사라진 현금도 상당액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들 도박장을 단속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선수(도박꾼들)가 도박장에 들어서면 휴대폰도 꺼서 모아놓고, 선수들의 출입을 삼가는 등 외부와 단절한채 필요한 것은 커피아줌마를 통해 얻는 이유도 이 때문 이라는 것이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도박장을 잡는 것이 다른 범죄자를 잡는 것보다 힘들다”며 “전에도 첩보 등을 입수하여 도박장을 여러번 급습했지만 놓친적이 많다. 도박꾼들은 형사들의 미행을 항시 주의하기 때문에 망원경 등을 이용, 이들의 눈에 띄지않게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장소를 옮겨 다니며 비밀리에 도박판을 여는 것도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이유라는 것이다. ‘아도사끼’ 라는 도박은 주로 도시외곽에서 판이 벌어진다. 일단 도박판이 벌어지면 수십명이 모여서 하기 때문에 시내에서 판을열면 그만큼 단속에 노출되기 쉽고, 비밀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주 동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만약 시내에서 ‘아도사끼’판이 벌어진 다면 다수의 인원때문에 차량통행이 빈번해 표가 금방나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청주시내에서 ‘아도사끼’를 한다는 제보는 이제껏 없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빚과 마음의 상처뿐

이번 도박판에서 특이한 것은 현금을 칩으로 바꿔 10만원, 100만원짜리의 칩을 사용했다는 점과 대부분 주부들의 형편이 극도로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형편이 좋지 않았던것은 아니다.
이번 도박장에서 검거된 신모씨(47)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림을 할 수는 있었지만 큰 돈을 마련하기는 힘이들었다”며 “이제 남은건 빚과 마음의 상처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박에 참여한 주부들 상당수는 신씨와 같은 경제적 이유로 참여한 주부가 많았다. 이들은 그동안 저축한 적금 등 집에서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날리고서도 잃은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남편몰래 가족이 사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친정 등 주위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도박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상황이이렇다보니 불과 5일에 원금의 10%씩이나 하는 엄청난 이자를 감수하며 꽁지돈(사채돈)을 빌려쓰는 현실이 놀랄일은 아니다.

“도박으로 절대 돈벌 수 없다”

제천경찰서의 관계자는 “결국 도박을 해서 돈 버는사람은 하우스장(도박개설자)밖에 없다”며 “한번에 많은 돈을 벌수 있을거라는 한 순간의 그릇된 생각이 이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도박으로 돈을벌어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당장 돈을 따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그럴수록 도박에 중독 돼 나중에는 반드시 파멸로 끝을 낸다는 것이다.
갈수록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성향은 늘어만 가고 그로인해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도 여기에 합류해 피해를 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카지노가 합법화 되고, 경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고있는 이때에 주부들 마저 도박판에 뛰어들고 … .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또 한번의 고비를 넘어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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