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 군출입기자 자진철수 형식으로 폐쇄 돼
청주시청 출입기자들은 별도 사무실 마련하고 “원칙대로” 선언

노무현 정부의 신 언론정책의 광풍이 지방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이창동문화관광부 장관이 기자실 개방 및 사무실 취재 방문금지 등 언론의 취재 활동과 관련한 언론정책을 발표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충북 도내 시·군에는 전국공무원 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의 ‘기자실 폐쇄’ 요구에 의해 자진 철수 및 폐쇄 조치로 기자단과 기자실은 사라지게됐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13일 기자실 자진반납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되었던 도내 각 시·군의 기자실에 대하여 공직사회 개혁과 언론개혁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자진 반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자진반납 시기를 3월17일 오전 8시까지로 못 박았다. 국유재산법에 정당한 사유없이 국유재산을 사용 또는 수익치 못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공건물내 기자실 제공은 물론 그 운영에 있어서도 기자실내 근무직원지원과 장비 및 각종 공과금 또한 시·군의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언론과 행정기관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관언 유착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며, 주민에게 행정의 실상을 그대로 알려주는 계기가 되어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근간은 물론 지역언론 또한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은 공무원노조측의 요구가 있자 각 행정기관 출입기자들은 각각 자진철수 등의 형식을 빌어 기자실을 비움으로써 기자실은 페쇄됐지만 관언 유착의 고리를 끊고 언론은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고, 공직사회는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숙제로 남게 됐다.
청주시 출입기자단은 14일 기자실 출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청외 별도 사무실 마련에 나섰다. 영동군 출입기자들도 이날 기자실 자진 반납을 결의하고 기자실에 있던 개인 물건까지 가지고 나갔다. 이어 15일 단양군 기자실, 16일 옥천군 기자실이 자진 폐쇄 됐고 요구시한인 17일에 청원군, 괴산군, 음성군, 제천시 기자실 등이 잇따라 자진폐쇄를 결정했다. 진천군은 이미 지난해 공무원직장협의회에 의해 강제 폐쇄된바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자 충주시 및 충주시 직장협의회와 우호적인 관계 속에 기자실의 순기능적인 면의 이해폭을 넓혀왔던 충주시 기자실도 18일 자진 철수를 결의했다. 보은군 기자실도 20일까지 자진 반납키로 했고 기자실을 언론사 부담으로 군청외 공간에 마련키로 했다.
이로써 도내 11개 시·군 기자실은 모두 폐쇄조치 된 가운데 차후 활용방안을 모색중이다. 현재까지 기자실폐쇄에 따른 차후 후속조치는 대체적으로 ‘브리핑 룸’으로의 전환에 모아지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 15일 이미 개방형 브리핑 룸으로 전환했다. 다만 브리핑 룸 운영은 상주하지 않고 필요시 개방하는 것으로 했다.
청주시도 브리핑 룸으로 전환을 모색중인데 시설 개조 및 집기 교체 등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외 다른 시·군도 브리핑제 운영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가 기자실 폐쇄와 브리핑제 운영을 내세우고 추진하다 일부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언론의 취재 활동 제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주춤하고 있지만 언론계의 관행타파라는 대전제하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 사무실 마련, 자체 운영 계획도

기자실 폐쇄를 둘러싼 행정기관과 언론 사이에 긴장은 관청 주변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기자들은 지금까지 기자실 운영에 대해 잘못된 점을 인정하며 대체적으로 기자실 운영의 개선, 나아가 폐쇄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면서도 마치 기자실 또는 출입기자들이 ‘부패의 온상’ 또는 ‘행정기관에 민폐를 끼치는 기생조직’쯤으로 매도되어 타도의 대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에 내심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감정들은 각 기관 출입처마다 차이가 나고 있는데 직협이나 공무원노조가 보여준 기자실 폐쇄 요구 강도 및 태도와 무관치 않다. 제천시 출입기자들은 ‘기자실 문제로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제천시와 직장협의회의 입장을 감안해 기자실 출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브리핑 룸으로 전환하기로 직협과 합의하고 이미 전환한 곳을 방문, 실태조사를 해보니 제천시 기자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짓고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대세에 따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용기 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는 공무원들의 환영 리플이 줄을 잇는 등 양측간 우호적 분위기가 넘쳐났다.
충주시의 경우는 더하다. 당초 충주시 직협은 기자실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기자실 폐쇄 요구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자실 폐쇄 쪽으로 기울자 기자실 스스로 자진철수 형식을 빌어 사태를 해결하는 상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반해 청주시의 기자실 폐쇄 문제는 공무원노조의 자진 반납 시한 전인 14일 기자들의 자진철수 형식을 빌어 충돌 없이 해결했지만 숨겨진 내면의 감정들은 복잡 미묘하게 얽혀들었다.
먼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공무원 노조의 공개적인 기자실 폐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도 충주시, 충북도처럼 이를 조정하지 못한 시장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서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주시공무원노조 측이 막무가내의 밀어부치기로 기자실을 압박해온데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 대립도 노정됐기 때문이다.
청주시 출입기자들은 회의를 거듭한 결과 시청 후문 앞 건축사회 건물 사무실 한곳을 얻어 자체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각 언론사별로 5-10만원씩을 걷어 경비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주시와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정에 대해 비판할 것은 가차없이 비판하겠다는 것이 ‘원칙대로’이다. 이후 각 지역 신문·방송은 한 대수시장에게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관사를 사모님이 활용한다거나 관용차가 과속위반을 4번 했다는 내용들이다.
이를 두고 보복성 기사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에서는 기자들이 이제야 정론직필, 할 말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양분되어 있다. 아울러 기자들이 저러다 말고 다시 들어와 관과 유착관계를 다시 구축할 것이라는 예측과,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야 말로 기자들이 관과 유착관계를 끊고 제자리를 찾는 계기를 잡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이렇듯 기자실 폐쇄는 언론 역사에 있어 분명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한 출입기자는 “차라리 잘 됐다. 외압에 의한 관과 언론의 유착 단절이지만 일찌감치 떨쳤어야 할 부채였다. 문제는 관에 의존하지 않고 지방언론 스스로 얼마나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홀가분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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