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 달빛아래서

남쪽으로 난 창에 고개 내밀고, 별을 헤다가
삼베 보자기에 달 빛 우려내어, 밤새도록 그려 낸 무채색 화폭!
그 화폭에 별똥별이 선하나 쫙 그어댔다. 기별도 없이...
사색의 구도조차 그려 보지 못했던, 쇠심줄 보다 더 질긴 인연을
속살까지 태워버린 담금질로 빚어 낸, 한줄기 섬광으로.

잘라 버리고, 노역에 지쳐 뒤척이는 대지에 맨발로 나는 서 있다.
오늘밤도, 어젯밤도, 그제도...
tv를 보면서 혼자 밥을 먹었다.
때때마다 밥을 짓지 않아도 되었다.
언 땅위에 맨발로 서서, 시린 발보다 더 시린 가슴 쓸어내리며 두 발로 모둠 세우고 습관처럼 별을 헨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하나 힘겹게 따내려 내 화단에 심어 두었다. 아니 하나 더.
달빛도 꼬드겨 불러 내렸더니 소리 없이, 대지와 가슴을 밀착시키며 부벼 대었다
‘에그머니나!’
창문 틈새로 훔쳐보니,
설레었다.
가슴이 뛰었다.
뽀얀 속살 드러낸 가는허리 휘감아 안고, 교교한 달빛의 자태에 대지는 관절이 풀리고 온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바람은 휘모리장단으로 온 동네를 뒤 흔들어 놓고, 뜰 앞에 멀뚱멀뚱 서있던 매화나무 한그루, 온 몸을 비틀어대는데...
가지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탱탱한 연둣빛 꽃망울!
달그림자에
발그스레하니 사춘기 소녀의 젖 망울인 듯 아롱아롱 하여라.
언 땅 밑에서 수런댄다.
별들이 놀라 예서제서 톡톡 튀었다.
시린 발끝이 저렸다.
대지의 물오름으로...
대지의 신음 소리에 바람도, 졸고 있던 가로등도 춘흥에 겨워 휘청거렸다. 나는 손빨래를 했다. 노곤했던 삶의 흔적들을 지워내려고 싹싹 부비고 두들겨 눈 녹은 물에 설설 헹구어 있는 힘 다해 꽉꽉 쥐어짜고 훌훌 털어 널어놓고 바지랑대는 하늘 가까이 세웠다.
품었던 것 모두, 훨훨 날려 버리고, 질척이고 끈적이던 정 마저 보송보송 말려 내고 싶었다. 잘 말린 삼베 옷, 가로 한 올, 세로 한 올 엮인 것 풀어 내, 저 달빛에 적셔내면 결 곱고 빛 고운 명주 될꺼나!
별 없고 달 없는 어둠 저편 숲속에서 떡갈나무가 밤 새 울었다.
푸르던 날! 철없던 사랑! 으스러지도록 끌어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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