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근본적 달라, 단 총체적 비전제시 못함은 진보의 오류

지난달 1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사학법 재개정 운동에 가세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국가적 현안마다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했기 때문에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개방형 이사제를 골간으로 하는 개정사학법은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 중 열린우리당 정체성에 부합하는 유일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지금 보수세력의 삭발 공세로 재개정 논란에 휩싸였다. 진보의 시각에서 보면 심각한 위기다.


때문에 KNCC의 재개정운동 천명은 그 자체로 큰 파문을 던졌다. 때마침 이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전문가의 특강이 마련됐다. 서울대 송호근교수(사회학)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 종교가 등을 돌리게 만들어 놓고 집권한 적이 있는갚라고 경고하며 아예 정교(政敎) 충돌 위기론까지 거론해 참석자들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새해가 열리자마자 경남 합천에서는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이곳 황강변에 조성된 ‘새천년생명의 숲’이라는 공원이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여론조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일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이고, 황강은 전두환씨의 집권을 미화한 <황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국민들로부터 역사적 심판을 받은 인물이 그것도 생전에 이처럼 추앙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없다. 더구나 지금은 정권의 성패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가장 민주적 선거로 선택한 합법적 정권이 살아 있는데도 말이다.


일련의 이런 흐름은 그 배경에 있어 진보 죽이기와 무관치 않다. 역사적으로 보수의 진보 탄압은 우선 위기감의 조성에서부터 시작해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이를 스스로의 정당성 확보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보수세력과 수구언론은 참여정부와 국내 정세에 대해 막연한 위기론과 자학적 성찰을 남발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어야 정상이다. 참여정부의 정책과 진보는 엄연히 다른데도 이를 동반하락으로 몰고 가는 저의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순수 이론에만 준한다면 기존 체제의 위기를 타개해서 국가적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측은 진보나 개혁 세력이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은 태생적으로 진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 보수세력이 주창하는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겠다”는 논리는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진보는 이념의 지향성으로도 그 한계는 있을지 몰라도 실패라는 어휘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떠한 정권, 어떠한 권력 형태에서도 진보는 나타났고 발전, 변화했다. 때문에 진보가 개혁불발의 책임론은 뒤집에 쓸망정 지금처럼 참여정부와 동일시 취급되면서 실패론에 휘말리는 것은 근거가 없다. 분배 등 진보가 천명하는 순수 이념이 우리나라에서 온전하게 적용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보수측은 ‘성장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논리를 들이 대며 마치 참여정권이 진보정권인냥 호도하는 등 깎아 내리기에 급급하다. 참여정부에서 진보가 비전제시에 실패했다는 말은 어느 정도 합당하지만 진보 자체가 실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노영민의원(청주 흥덕 을)은 “참여정부와 진보를 한 통속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금 보수의 논리처럼 참여정부를 무조건 폄하하는 것 또한 온당치 않다. 노무현 정권의 성과를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고 실제로 계량화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노대통령 스스로 권위주의를 박차고 나선 만큼 우리사회 곳곳의 패러다임이 엄청나게 바뀌었지 않은가. 이 정권에선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정도로 초지일관 이를 근절했고, 그 가시적 성과가 이미 여러 선거에서 실제로 나타났다. 대통령 권위가 줄어든 게 아니라 국민들의 권위가 올라간 것이다. 일부 실정에 발목이 잡혀 이런 것들까지 실패로 매도된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조차 “모든 국가적 난맥상을 무조건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지금의 분위기라면 사실 이회창씨가 집권했어도 노대통령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당적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이 국민들한테 선택받으려면 이념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득세한 3·86과 자칭 진보세력들은 정권실패의 책임을 결코 면할수 없다. 국민들은 이를 질타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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