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21세기에 맞는 사회교육기관으로 바꾸자 요구 ‘봇물’
청주시 여성회관은 전 국정원 자리로 옮길 듯

도내 여성회관의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성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 기능전환을 꾀한 지 오래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늦은 감도 있다. 충남과 경북은 여성정책개발원, 광주시는 여성발전센터, 서울시가 여성프라자, 인천시가 여성문화회관, 그리고 나머지는 복지회관 등으로 바꿨다. 충남과 경북은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여성관련 정책 조사연구, 교육프로그램 개발, 정보제공, 여성문제 상담 및 자문 등의 역할을 하고 있고 인천에서는 지난 2000년 민간위탁으로 바꿔 여성자원금고 서울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국단위의 대표적인 여성종합기관
전국 단위의 여성종합기관인 여성회관은 현재 민간기관 1개소, 공공기관 78개소 등 전체 79개소나 된다. 그중 경기도와 충북이 11개소로 가장 많고 충남과 제주도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내에는 청원군을 제외한 시·군에 각각 1개씩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충북도 여성회관은 지난 68년 북문로 2가에 문을 열었다가 97년 현재의 지북동에 청사를 완공하고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청주시 여성회관은 나기정 전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지난 2000년 부녀아동상담소를 폐지하는 대신 설치됐다. 하지만 이곳은 당초 민방위교육장으로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교육실 4개, 상담실 1개가 고작이다. 따라서 지하실을 개조해 취미반 교육실로 이용할 정도로 협소하기 짝이 없다.
여성회관의 설치 기준은 없고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통상 이곳에서 는 상담·여성자원활동센터·취업안내·보육사업 등의 복지기능과 기술·기능교육·취미교양교육·사회의식교육 등의 사회교육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도 여성회관에서는 양재·미용·한복·기계자수 등의 전문기능인 양성교육과 홈패션·단전호흡·퀼트와 침선·자동차정비·컴퓨터 등의 부업 취미교실이 연중 열리고 있다. 그리고 시 여성회관에서는 간병인 양성·수지침·육아도우미 등의 직업교육과 영어·일어·중국어·꽃꽂이 등의 교양교육, 상담실 운영과 아버지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와 시 여성회관 차별성 없어”
지난 1952년 부산에서 공공기관으로 ‘경상남도 부녀사업관’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이후 지속적으로 설치된 이 곳이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21세기가 이미 이전과 다른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사회교육기관이 전무하던 시기에 하던 프로그램으로는 현대여성들의 입맛을 맞출 수 없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지난 21일 충북도 여성회관에서 열렸던 ‘여성회관 발전방안 토론회’에서도 달라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박정희 도 여성회관장과 정창순 시 여성회관장도 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현재 이들 기관에 대해 가장 불만이 많은 것은 도 여성회관이 시·군 여성회관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 부대표는 “도 여성회관은 시·군 여성회관과 차별성이 없고 복지관, 여성인력개발센터, 30여개의 민간 여성단체, 대학부설 사회교육원 등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도 별반 다를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충북도와 청주시 여성회관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프로그램들이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는 정보화 시대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고 과거부터 해오던 꽃꽂이, 기계자수, 홈패션 등이 여전히 취미교실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 비롯된다. 또 일부 위탁교육은 전통예절교육과 예비신부교육 등이 주를 이뤄 성평등교육보다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명칭은 충북여성발전센터 거론
따라서 여성계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여성회관이라는 구태의연한 명칭을 바꾸고 기능도 대폭 손질하자는 여론이 비등하게 일고 있다. 명칭으로는 충북여성발전센터라는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혜란 주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성회관의 프로그램이 이제 더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남성, 아동, 노인을 위한 것으로 운영하고 커뮤니티센터화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성회관이 커뮤니티센터가 되어 독립적 커뮤니티센터나 클럽 룸의 운영 매뉴얼을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종숙 충북여성단체협의회장은 “도 여성회관은 도내 여성인적자원의 통계 및 정보체계를 구축해 여성관련 정보센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하고, 시·군 여성회관과 연계해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할 수 있는 보다 상향된 전문기관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여성단체 활동의 장으로 여성회관이 활용되어 여성의 전당 기능을 수행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남정현 부대표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며 “여성관련 토론회, 회의, 세미나,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하고 시설을 개방해야 한다. 특히 리더쉽 개발을 위한 숙박시설과 어린이 놀이방을 증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사뱅크를 조직해 시·군 여성회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공무원, 교사, 노동조합, 통반장교육, 민방위교육 등에도 이들 강사뱅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원종 지사는 금년 6·13 지방선거 때 여성회관을 충북여성발전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여성관련 연구 및 시·군 여성회관 지원 기능으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어 충북도에서도 개편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다만 시기와 그 안에 담을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청주시 여성회관은 현재의 좁은 공간에서 확장 이전할 계획을 세웠으나 역시 구체적인 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사직동의 국정원 자리에 부지 1800평, 건물 400평 규모로 신축할 예정이라는 아우트라인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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