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청소과부터 청와대 사칭까지… 해법은(?)

권력기관을 빙자한 ‘사칭 사기’가 끊이지 않자 ‘대국민 주의보’가 발령됐다. 도내에서도 청주시 청소과 직원에서부터 , 형사(경찰관), 기자, 세무서, 공단직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칭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오리무중’인 범인들을 잡을 만한 마땅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찰과 관련기관은 정작 도민들의 주의만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군사정부 시절에나 볼수 있음직한 ‘사칭범죄’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청와대를 사칭한 사기행각은 모두 59건으로 131명이 형사입건 됐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가 청와대 내부 민정·사정 부서 유력 특보나 ‘비선 보좌관’을 사칭한 사기로 실제 이런 자리는 청와대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공단 직원을 사칭하는 환급금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주로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이뤄지고 있어 가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각종 환급사기?앵벌이 요주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주 동부지사는 최근 보험료 환급사기범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공단 직원을 사칭하며 전화를 건뒤 “보험료 과잉징수로 환급해 주겠다”며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를 알려줄 것을 요청한뒤 현금자동지급기(C/D ATM)로 유인해 시키는 대로 버튼을 누르도록해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해 가는 사건이다.

실제 청주에서도 한 가입자가 이와같은 전화를 받고 400만원을 인출 당하는 피해를 입어 수사의뢰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동부지사 관계자는 “현금자동인출기에서는 보험료 환급 등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며 “이와 같은 전화를 받았을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서나 공단에 즉각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환급 사기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을 사칭하는 수법도 있다. 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전화(ARS)로 “환급해 줄 돈이 있으니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며 접근한다. 이후 가입자가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오류가 생겨 입금되지 않는다”며 가까운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통장을 넣고 특정 번호를 누르도록 유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가는 수법이다.

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과·오납에 따른 반환금은 수급권자가 공단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지급청구서와 본인 예금계좌번호를 제출토록 돼 있다”며 “다만 지급액이 소액일 경우 전화로 청구할 수도 있는데 본인의 계좌여부는 금융결제원 전산망을 통해 직접 확인하니 현금인출기를 통해 환급받으려다 사기를 당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런 피해는 국세청 직원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종합소득세를 환급해 주겠다”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한뒤 현금지급기로 계좌이체를 하도록 하는 수법으로 수억원 상당을 인출해 가는 사례도 있다. 특히 이들은 생활정보지나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나 음식점을 주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벌써 몇년 전부터 청주시 상가지역 일원에서는 청주시 청소과 직원을 사칭하는 사람들의 앵벌이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이들은 오후 6시쯤 환경미화원 복장을 하고 상가지역의 음식점을 돌며 “청소를 잘 해 줄테니… 회식비 얼마를 달라”며 앵벌이를 하는 경우다. 실제 이들에게 속아 다만 몇만원씩 보탠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주인이 신고를 하는 듯 하면 “도망치곤 했다”는 것.

청주시 청소과 관계자는 “환경미화원들은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또한 혹시라도 몰라서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다”며 “다만 청소 위탁업체들 소행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이는 쓰레기 종량제가 처음 시행되던 시기에 음식점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점을 알고 일부 청소 위탁업체들이 저지른 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형사, 검사, 학교장… 기자까지 사칭
도내 사칭사기는 환급사기나 앵벌이 수준에서 머물지 않는다. 최근 제천경찰서는 형사(경찰관)를 사칭한 30대 정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정씨는 어머니를 폭행한 가해자를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 주차장으로 불러 낸뒤 형사를 사칭, “합의없이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해 700만원을 갈취했다.

제천에서는 기자를 사칭하며 초·중·고교에 전화를 해 20만원 상당의 도서를 판매하려던 일이 있었다. 이는 학교 관계자가 해당 일간지와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모두 없는것으로 나타나 수사의뢰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경찰서는 수사의 실마리를 풀만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을 사칭하는 수법도 있다. 차량용 네비게이션 판매업자가 “소보원의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며 “현금대신 콘도회원권을 줄테니 연회비로 6만9000원을 납부하라”며 이름과 주소를 묻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 N씨 등이 이와같은 피해를 입었다. 소보원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사업자에게 ‘시정조캄나 ‘대체상품 제공’을 명령하는 일은 없다”며 “이런 전화를 받으면 현혹되지 말고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미 공군사관학교장을 사칭한 40대는 올해초 실형 선고를 받은 바도 있다. S씨(61)는 아들이 육군사관학교 입학 시험에 수차례 떨어져 고민하는 또다른 S씨(60)를 집앞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후 자신의 형을 공사 학교장으로 소개하고 육사 학교장과의 교제비 명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모두 36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바 있다.

무지·불투명한 사회시스템 문제
그렇다면 사회가 민주화되고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이처럼 사칭 범죄가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한다. “사칭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권력기관의 힘을 빌려 일을 쉽게 처리하겠다는 피해자들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각종 로비나 청탁 등을 통한 편법이 정상적인 시스템을 밟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란 잘못된 인식이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청주시 청소과 관계자는 “매달 한차례씩 직업윤리 교육을 시키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시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모르는 사람들은 실제 시에서 청소를 빌미로 회식비를 걷고 있는 줄 착각한다”며 “쓰레기 종량제가 정착단계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이런 신고가 들어올 경우 강력히 대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주동부지사 하택용 차장은 “보험료 환급금을 현금자동인출기로 되돌려 주는 일은 없다. 지역민들이 잘 몰라서 이런 피해를 당하는 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주 흥덕경찰서 정태로 수사과장은 “경제가 어렵다 보니 공짜 심리에 현혹되는 일인듯 싶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공짜를 좋아 하지 않나, 그러나 이유없이 친절하고 공짜로 뭔가를 해 준다면 일단 의심하고 확인전화를 통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노인정 물품 사기도 무지(無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값싼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비싸게 파는 행위도 다 무지에서 비롯된다. 또 덤으로 선물을 주니까 사는 경우도 많다. 기관사칭 사기는 우리 사회가 권력종속형 사회이기 때문이다. 아직 민주주의가 뿌리깊이 내리지 못해서라고도 볼 수 있다”고 자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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