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직능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지인을 만났다. 국경일이 다가와 도로를 따라 태극기를 달고 있는데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묻는말이

"아줌마 태극기를 왜 달아요?"
"내일 모레가 국경일이잖니"
"국경일이 뭔데요"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돌아서니 왠지 모르게 화가 나더라고 씁쓸한 표정이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가장 두드러진 응원 패션은 비 더 레즈(Be the Reds)가 프린트된 티셔츠와 태극기 패션이었다. 젊은이들은 빨간 티를 잘라 배꼽티를 만들었고 태극기로 옷을 해 입는 재능를 발휘했다. 붉은색의 유행은 그 내면의 피 비린내나는 전쟁의 공포와 혁명과 이념의 갈등이 아닌 축제와 기쁨 열정을 상징하며 한 민족의 백의 문화를 완전히 뒤 바꿔놓기도 했다.

태극기를 이용한 망토와 탱크톱, 속옷과 수영복은 국기에 대한 모독이라며 보수적인 어른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였으나 언론과 여론은 자발적 애국심이라 평하며 너그럽게 받아 드렸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16강 탈락으로 인해 그러한 패션은 썰물처럼 밀려갔다. 그러나 월드컵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국기를 친밀하게 느낄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1960년대 혁명 공화국 시절 자주 국가를 외치며 안일에 빠져 태만해지고 퇴보하려는 의식을 흔들어 깨우려 함이었을까, 국기 게양식과 하향식 때는 가던 길도 멈추어야했고 비를 맞게 하거나 함부로 훼손해서는 더욱 안되었다, 더러워지면 깨끗한 곳에서 태워 없애야 했다, 초등학교시절의 아침조회시간 높이 올라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부를때면 어린마음에도 엄숙해지고 때로는 애국자가 된 듯 감격적이기도했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주권과 국위를 나타내는 신성한 표지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급물살 속에서 국기를 응원 패션으로 활용하는 것은 세계 젊은이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다니던 사람중에 제헌절 날 태극기를 게양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아이에게 태극기를 하나의 응원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게 많든 어른들의 무책임은 어찌해야할까.

현재의 태극기와 모양은 다소 다르나 나라를 지키던 선조들은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겼고 일제의 식민지에서 나라를 구해준 구심점이 되기도 했던 태극기.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장맛비는 쏟아져 내리는데 거리에 달아놓은 태극기는 비에 젖어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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