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광 섭(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문화가 대세다. 문화를 통해 국가와 지역이 발전하고 특화되고 있으며, 문화를 통한 브랜드마케팅 경쟁이 전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럽의 선진도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은 이미 문화가 국가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문화예술과 문화산업만이 살 길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다양한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건물 하나하나에서부터 도시의 자연환경, 박물관 미술관 등 예술공간, 역사적인 유물 유적, 그리고 축제에 이르기까지 나라마다 명품화 노력이 한창이다. 이 중 이탈리아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예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세계적인 관광부국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출렁이는 바다와 작열하는 태양, 고풍스러운 수상 건물과 곤돌라를 타고 즐거워하는 여행객들.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 베니스를 방문하면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도시에 매년 1천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온다. 베니스비엔날레, 베니스영화제, 베니스카니발, 곤돌라축제 등 끊임없이 펼쳐지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수십개의 섬으로 구성된 도시와 건축물, 그리고 다양한 공예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가면과 가면의상이 문화상품으로 인기를 끌게 된 지 오래되었으며, 100여개의 기업형 유리공방들만 입주해 있는 무라노섬이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나폴리. 해발 500미터가 넘는 산 정상에서는 매년 여름 라벨로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음악 영화 시 무용 마술쇼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선보이는데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매일 밤마다 화려한 꿈의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동양의 나폴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통영의 국제음악제도 여기에서 벤치마킹 한 것이다.

패션리더를 꿈꾸는 사람은 밀라노로 오라. 전세계 패션 명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에어컨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산업디자인의 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풍부한 생사(生絲)와 섬유산업을 장려한 덕도 있겠지만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장인을 배출하고 각종 컬렉션과 박람회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토록 한 마케팅이 주효했을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의 직업을 이어받게 된다. 주택마다 작은 공방이 있고 이곳이 부모의 일터이다 보니 자식들도 자연스럽게 부모의 직업과 작업과정을 배울수 있으며 세계적인 명품이 대량 생산될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탈리아에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공예산업단지인 따리, 비첸사, 발레시아가 있다. 이중 따리는 2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주민들의 상품을 판매 대행하기도 하지만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매년 봄가을에 개최하는 박람회에는 전세계 바이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전통문화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을 촉진하며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장인을 국보로 대우하는 제도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디자인과 브랜드로 승부를 거는 자존심, 그리고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특화된 문화 및 관광산업 정책이 이탈리아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문화는 무엇인지, 어떻게 특화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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