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소 영 문화부 기자

   
얼마전 서울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된 중년작가를 만났다. 그는 지역에서 열손가락에 가까운 전시회를 열었지만 서울에서의 전시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달랐다는 말부터 꺼냈다. “전시시스템이 너무나 체계적이라서 당황했고, 결국 그동안 지역에서의 활동은 화가로서 아무런 부가가치도 남기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그후 그가 남긴 ‘부가가치란 말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신문사에서 ‘문화부 기자’라는 나의 일, 그리고 지역의 예술가들을 만날때도 난 ‘부가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개개의 기업 또는 산업이 생산과정에서 새로이 부가(附加)한 가치. 이것이 바로 ‘부가가캄의 사전적 정의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1인 기업인 개인도 자신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오늘도 각종 처세술 책과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건강(몸), 재력, 명예등의 항목에서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정당한 댓가로 피드백 된다면 정말 지금부터라도 도전해 볼만한 일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만났을 때의 상실감은 너무 크다.

“지역 예술가들은 너무 어렵다”고 모두들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부터 탈지역화, 지방분권을 외치며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때, 정작 우리지역 문화공급자인 예술가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마이크만 잡으면 “문화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며 “청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도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정작 충북의 문화관련예산이 전국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문화기반시설현황도 타도시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물론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며 자기성과를 내는 예술가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역에서의 부가가치 셈은 너무 야박하다. 지역의 문화부 기자도 마찬가지다.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에겐 ‘특종’도 ‘낙종’도 없기에 신문사에선 ‘부가가치 없는 자리’로 일컬어진다.

최근 충북민예총은 ‘감자꽃 시인’ 권태응 선생의 생가터를 보호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생가터임이 이미 확인돼 표지판까지 세웠는데 담당자의 실수로 보호관찰소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10년 동안 권태응 문학제를 개최해 오면서 문학관 건립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또 지난주에 열린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위한 세미나에서 도종환 시인은 “예술가들은 학교에서 ‘문화예술 교육자’로 나서 월 30만원씩 벌어 연소득 300만원 수입을 올린다. 그런데 정작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명을 띤 예술가들이라면서 강사 휴게실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교장·교사들이 눈치도 봐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대우를 하지 않고 무엇을 기대하냐”며 일침을 가했다.

맞다. 내 주변엔 서글프게도 연소득 300만원인 사람이 너무 많다. 이들의 부가가치는 언제쯤 정당하게 계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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