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명 현 도안공동체 대표

   
농촌마을의 인구가 계속줄어들고 남아있는 이마저도 6,70대의 노인들이며, 아이들이 없어진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대도시로 떠나는 이유중의 하나는 문화가 집중되어 있고, 서비스가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FTA협상에 가슴타고, 계속된 장대비에 자식같은 농작물을 보며 울고 있는 농민들의 삶이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농민들이 국가의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왔다는 사실과 농촌을 지키고 있는 그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고 살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아이티 강국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산촌구석구석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사회환원정신을 믿었기에 농촌을 살리고 싶고 마을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에겐 맥바지는 사건이 생겨 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농촌에 대한 애정으로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오던 가족들이 만나 괴산읍과 불과 5분도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아주 시골같은 느낌의 현재 14가구가 살고 있는 괴산군 문광면 옥성리 치재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고, 집을 지어 7가구 중에 4가구가 이사를 하였다.

제발로 문광을 찾아온 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임시거처를 마련해주시고 정착하도록 도와주신 면장님을 대하면서 이런 공무원이 있어 그래도 살만하다고 감탄을 했었다. 그래서 꿈을 꾸었고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으로 와서 살면 좋겠다고 모두를 오라고 꼬드기며 그동안 공수표를 남발하면서 살았다. 이런 공무원이 있는 좋은 나라, 아이티 강국이라고 믿으면서 인터넷이 있으니 세상은 늘 가까이에 있고 도시와 같은 정보를 가질수 있으니 자연친화적으로 품앗이를 하며 마을공동체를 가진 선조들처럼 건강하게 살수 있다고 말이다.

수익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기업정신이 그래도 젊은 농촌마을을 함께 만들어 보려던 많은 꿈을 흩어 놓았다. 휴대폰도 통화권이탈지역. 텔레비전도 보통의 안테나선으로는 어림도 없고, 전화도 추가 비용을 들여서 전봇대를 세워 선을 끌어오지 않으면 안되고, 무엇보다도 공교육외에 다른 교육시설에 의지하지 않고 공부하기로 한 고 2, 중3의 두 아이들에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해를 넘겨야 한다면 누가 시골에서 산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겠는가? 그마저도 50가구 이상이어야 우선순위이며 20가구가 안되면 어렵다고 한다.

나는 아이티 강국의 국민이고 싶다.
시골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같은 세금을 꼬박꼬박 연체없이 내면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가며 살고 싶지 않다. 대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농촌에서 살겠다고 선택 하였지만 아이들의 교육만큼은 사교육도 포기하고 다 포기해도 인터넷의 정보력마저 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정보력이 힘인 세상에서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대학입시를 준비할 다른 방법은 인터넷이며, 세상과 떨어져 살면서 정보를 갖지 못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어떤 기여를 할수 있게 될까?

여러곳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속시원한 대답을 들은 곳이 없고 KT직원은 “ 인터넷이 되는지 알아보고 땅을 사서 집을 짓든지 하지 되지도 않는 곳에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잘못” 이라면서 돌아가 버렸다.

그럼 누가 농사가 힘들어서, 돈이 되지 않아서,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떠난버린 농촌에서 살겠다고 찾아오겠냐는 것이다. 입시를 앞둔 아이를 전학시키고 부모들은 노심초사했어도 아이는 1등을 했다. 중학생 아이들도 상위권에 들었다. 인재를 농촌으로 모이게 하고, 젊은이들을 모을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미래다. 농촌은 이미 미래가 없게 된 곳이 많다. 이런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손익계산으로 따져서 한다면 이제 다시는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좋아라 하지만 우울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어떤 누구보고 시골에서 함께 살아보자고 궁리를 하겠는가 말이다. 그저 은퇴자마을이나 시골에 만들어 노인인구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을 뿐이지, 생산성이 있는 젊은가족들의 유입은 기대할 수 없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마을을 사랑하고 자연을 지킬수 있으며 인터넷의 넓은 바다속에서 정보력을 가지고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린다면 더 이상의 농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그저 대도시주변의 서비스 가능한 지역에서 살아가야 아이티 강국 국민의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나는 시골 촌구석에서 그 맛을 보려고 했으니 너무 멀리 있는 열매를 마치 내 것인양 착각하고 살았음에 참으로 허탈하다.

왜 시골에 와서 살고 싶어 하면서도 선뜻 옮길수가 없는지, 왜 시골에 아이들이 없는지 이제야 알것같다. 참 비싼수업료를 지불했다. 장마비처럼 가슴에 줄기차게 장대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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