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진 청주 관음사 주지

   
최근 나는 처음으로 신랑신부를 위하여 주례를 하였다. 그 자리에서 부부의 인연으로 출발하는 청춘남녀에게 축복의 마음을 담아 축하의 말을 전해주고 왔다. 누구는 처음으로 주례사를 하면서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성혼선언을 할 때 “신부는 주례사를 사랑하십니까?”하고 물었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아주 흐뭇하게 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었다. 흔히 부부의 인연은 삼생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남이고 지중한 인연이라는 뜻이겠다.

세상에는 수많은 남녀가 존재하지만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부부는 ‘시절인연’의 아름다운 회향이다. 즉, 부부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구속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이란 뜻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런 점에서 나는, 칼릴지브란의 시구를 좋아한다.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얽매지는 말게.
마치 한 가락에 울리는 거문고 줄이지만 그 자리는 따로 이듯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부부가 된다는 것은 좀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거문고 줄처럼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서로에게 존재해야 한다. 그 줄이 따로따로이지만 좋은 소리를 내듯 부부간에도 개성과 장점을 존중하면서 서로 존경하고 감사한다면 일생의 동반자가 되리라 믿는다.

그 날 주례를 하면서 3가지를 부탁하였다.
첫째는 비교하지 말라.
내 남편을, 내 부인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그 때부터 불만이 생기기 쉽다. 부부간은 절대비교다. 이것은 생활전반에서도 마찬가지. 재산을 비교하고 능력을 비교하고 조건을 비교하면,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식어지고 현재의 삶이 초라해지는 까닭이다.

두 번째는 후회하지 말라.
서로 죽고 못 살도록 사랑해서 결혼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후회하는 심리가 생기게 마련.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아이고, 괜히 결혼했다… 왜 저 사람을 만나 이 고생을 하나…’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어차피 세상을 살다보면 싸울 일도 생기고 어려운 일도 생기고 미운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럴 때마다 사랑을 확인하는 위기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 그래야 그 순간을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다.

셋째는 계산하지 말라.
아내는 남편의 덕을 보려고 해서도 안 되고 남편 또한 아내 덕을 보려해서도 안된다. 다시 말해 누구로 인해 팔자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배우자에 대해서 실망하기 십상이다. 내가 손해 보았다는 태도보다는 저 사람이 나 때문에 인생에서 손해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부부금슬을 위해서도 좋다.

부부가 한 생을 살면서, 서로의 미모나 멋에 끄달려 살아간다면 금세 그 사랑이 시들해지고 말겠지만 애정이 강물처럼 넘치지도 않고 소리 없이 흐른다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천년을 이어지리라 본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떽쥐뻬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얼굴만 쳐다보면 ‘사랑타령’이 되지만 같은 방향을 쳐다보면 ‘사랑예찬’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였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웨딩마치 선율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이 땅의 모든 신혼부부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며,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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