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표 정치부차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열흘 일정의 중국 단기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대학시절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지만 젊음의 허리춤을 시대에 저당잡히고 살았던 1980년대 학번으로서 사실 학부 전공이 내 삶에 의미있게 다가오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요즘들어 중국이 좋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상해 푸동공항을 박차고 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하릴없이 무엇을 두고 떠나는 듯한 아쉬움에 젖어야 했다. ‘시차에 적응이 안된다’,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한다.

이번 연수 과정에서 돌아본 랴오닝성, 산동성, 저장성, 상하이 등의 중국 동해안 도시들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들이다.

상하이 등 일부 도시들은 근대 역사에서 제국주의 열강들이 총포를 앞세워 밀고 들어온 개항장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세계의 중심을 자처했던 중국의 입장에서는 굴욕의 근대사가 깃들어 있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중국의 민족해방운동이나 노동운동의 근거지로서 혁명과 반혁명이 이곳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상하이의 와이탄 거리에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서구양식의 빌딩들이 즐비하다. 이들 건물은 모두 보험사나 은행의 사옥으로 한때 외국 자본의 침탈을 상징했다. 모 외국계 보험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100년 전 그 회사의 사옥이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일부러 그 회사를 그 건물에 다시 입주시킨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포스코 자회사, 한국타이어 등)들을 방문하면서 더 이상 인민정부의 각종 정책적 배려나 세제 혜택 등이 외국의 기업들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중국의 인건비가 싸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매년 10% 이상의 임금인상을 정책적으로 주문하고 있고,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노동의 가치를 더욱 무겁게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성 마다 판이하게 다른 제도의 차이도 기업인들에게는 부담스럽다고 한다.

상하이 한인회 관계자는 “중국의 영어발음이 차이나인 이유는 지역 마다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며 우스갯 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갈수록 안정성을 잃어가는 기업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착근한 기업들은 지속적인 투자의 확대를 꿈꾸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매력이 싼 인건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시장’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수시장만 잡아도 13억명의 인구가 있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두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자체가 세계인이 모이는 종합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전세계 소상품의 30%를 장악하고 있다는 이우시는 경이롭기 그지없다.

하나의 상가에 불과한 푸텐시장에만도 2만개의 점포가 모여있다. 터번을 쓴 아랍계열의 외국인을 이우에서 처음으로 조우했다. 나도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그들도 우리를 손가락질 하며 ‘코리안’이라고 속삭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우의 시장에 모여든 만국인을 보며 스타워즈라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우주정거장을 떠올렸다면 상상이 지나친 것일까?

문제는 공산품이든 농산품이든 중국 내에서도 품질이 낮은 제품만을 수입해 국내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한류의 영향인 듯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우의가 느껴진다. 중국이 정말 매력적인 것은 이처럼 넓은 시장과 세계로 가는 관문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